극초반 내세웠던 색다른 장옥정의 인생을 다루겠다는 목표는 중심을 잃고 흔들렸고, 그 사이 타이틀롤을 맡은 김태희는 연기력 논란에도 시달렸다. 그래도 이 드라마에선 확실한 수확도 있었다. 젋은 두 배우의 안정감 있는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유아인(숙종)과 이상엽(동평군)이다. 이상엽(30)은 안정감 있는 사극 연기로 '원톱' 유아인과 불안한 여주인공 김태희를 받쳤다.
이상엽이 연기한 동평군은 숙종의 숙부이자 장옥정을 연모하는 인물. 왕의 곁에서 충언을 아끼지 않는 충신과 장옥정을 음해세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자상남의 면모를 동시에 보여줬다. 어떻게 보면 전작 KBS 2TV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이하 착한남자) 속 '문채원 바라기' 캐릭터와 겹친다는 생각이 불연듯 스친다.
이에 이상엽은 "이번에는 바라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고백까지 했다. 조금 발전된 짝사랑남이었다"며 "다음엔 점찍은 사람을 내 여자로 만드는 역을 맡고 싶다. 그게 내 성격이라 캐릭터를 더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장옥정'은 말이 참 많았던 작품이다.
" 현장 분위기는 늘 에너지 넘쳤다. 좋은 분들이 많아서 가깝게 지내다보니 40~50명에 달하는 스태프들의 이름을 모두 외웠다. 다들 고생을 많이 했지만 힘든 줄 모르고 촬영했다."
-동평군은 역사 속 실존인물이라 표현하기 조심스러웠을 것 같다.
"역사 속 동평군은 숙종 옆에서 권력을 휘두른 인물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 아닌가. 난 좀 더 멋지게 표현하고 싶었다. 권력에 대한 야욕이 넘치는 남자가 아닌 쾌남으로 재해석했다. 사극은 KBS '대왕세종'(2008) 이후 5년 만이긴 했지만 어색하진 않았다. 전작에서는 전형적인 사극톤을 썼기 때문에 이번엔 힘을 조금 뺐다."
-옆에서 지켜본 유아인은 어떤 배우인가.
"만나기 전에는 까칠할거라 지레 짐작했다. 하지만 밝고 귀엽더라. 수다를 떨 때 '상엽이형~'이라 꼬박꼬박 말하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귀엽다. 연기를 할 때는 누구보다 동물적이다. 계산해서 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한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하더라. 함께 호흡하는 신이 많은 덕분에 재밌게 연기했고 많은 걸 배웠다. 나는 샘이 많은 편이라 다른 배우들 칭찬을 못하는데 아인이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정말 멋진 배우다. 나 뿐만 아니라 (김)태희누나·재희형·(홍)수현누나 모두 아인이에게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김태희는 어땠나.
"현장에서 누구보다 밝고 매사에 열심히 하는 배우다. 촬영 때문에 힘들고 지칠법도 한데 절대 내색하지 않더라. 그런 모습을 보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할 때는 그저 옥정이로만 보였는데 촬영이 끝나고 난 뒤 '아! 내가 김태희랑 연기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편하게 대해줬다."
-벌써 데뷔 6년차다. 원톱 욕심은 안 나나.
"안 난다고 하면 거짓말 아니겠나.(웃음) 이번 작품에서도 그렇고 나는 늘 세 번째 남자 주인공이었다. 물론 그 사이에 원톱 남자 주인공을 제안 받았었다.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사했다. 이젠 욕심을 좀 내야겠다."
-존경하는 선배는.
"같은 소속사에 있는 장혁·엄기준 선배다. 장혁 선배는 데뷔 때부터 나의 멘토였다. 나에게 좋은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주신다. 엄기준 선배는 나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준다."
-배우로서 가진 장점.
"많은 감독님들이 '다양한 캐릭터가 공존하는 마스크'라고 말해주시더라. 색을 입히는대로 바로 표현이 되는 편이라고. 좀 더 경험을 쌓아 나만의 색을 낼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하는게 내 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