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SNS 파문과 관련해 K리그 현역 최고령 사령탑인 김호곤(62) 울산 현대 감독이 무게감 있는 한 마디를 내놨다. 선수의 처벌 유무를 논하기에 앞서 한국축구가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감독은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K리그 17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성용이 SNS와 관련한 해프닝은 어느 순간부터 우리 대표팀의 위계질서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면서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축구 선배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최강희 전 감독이 A대표팀을 이끌던 시절 주변지인들과 비공개 SNS 계정으로 최 감독에 대해 험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논란이 증폭되자 기성용이 5일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축구협회 차원의 처벌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김호곤 감독은 기성용의 처벌에 대해서는 에둘러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징계는 내가 관여할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고 말문을 연 그는 "11명만 뛴다는 점에서 모든 팀에는 불만을 가진 선수가 나올 수 있다. 심지어 경기에 나서는 선수도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안 보이는 곳에서는 대통령도 욕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처벌보다는) 협회 차원에서 똑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해보인다"고 했다.
김호곤 감독은 논란의 당사자인 기성용에 대해서도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유럽에 진출한 선수들이 한국 축구의 분위기에 대해 답답하게 여길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기성용을 에둘러 겨냥한 그는 "유럽에도 그 나름대로의 질서는 있을 것이다. 정해진 질서 안에서 행동해야 자유도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이라 강조했다.
김 감독은 지금부터라도 지도자들이 선수들과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냥 잘못을 지적하는 데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중요한 기준인지에 대해 교육하고 대화를 나누면 문제 발생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나 또한 우리 선수들에게 무조건 적인 복종만을 강요하지 않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지도자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