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개막 전 화려한 선수층을 자랑한 KIA의 유일한 걱정은 부상 선수 발생 여부였다. KIA는 최근 몇 년간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위기를 맞곤 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 없이 '부상 악몽'이 찾아왔다. 숨통이 트일만 하면 또다시 부상자가 발생한다. 악순환이다. 선동열(50) KIA 감독은 "올 시즌 (부상 등으로) 위기가 한두 번 온 게 아니라 여러 번째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개막 전까지는 순조로웠다. 투수 윤석민을 제외하면 주전 선수 중 전력 이탈자는 없었다. 하지만 개막 4경기만에 FA(프리 에이전트) 이적생 김주찬이 왼 손목 골절상으로 빠졌다. 그의 공백은 신종길과 김원섭, 김상현(현 SK) 등이 메웠다. 하지만 외야 라인에는 금세 다시 구멍이 생겼다. 김주찬의 1군 복귀에 앞서 신종길이 5월16일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됐다. 김상현은 이미 5월 초 SK로 트레이드됐다. 또 김주찬이 5월31일 1군에 복귀한지 나흘 만에 김원섭(6월4일)이 발목을 다쳤다. 복귀까지 두 달 가량 소요되는 큰 부상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이용규가 왼 무릎 인대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선 감독은 "인대쪽을 다친 것 같다. 길어지면 복귀 시기가 한 달 후쯤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용규·김주찬·나지완·김원섭·신종길·김상현으로 시작한 외야 개막 엔트리에서 현재 남아 있는 선수는 김주찬·나지완·신종길 세 명밖에 없다. '부상 도미노'로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졌고, 4번타자 나지완이 줄곧 외야 수비를 맡아 체력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야에선 햄스트링 부상 전력을 안고 있는 이범호가 부상 재발을 이유로 한동안 휴식을 갖기도 했다.
마운드도 연쇄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후 어깨 통증을 호소한 윤석민은 지난 5월초 뒤늦게 1군에 합류했다. 그 사이 임준섭이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에는 다승 1위 양현종이 우측 옆구리 늑간 근육 손상 진단을 받고 1군에서 빠졌다.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서재응이 급하게 1군에 올라왔고,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임준섭은 다시 선발로 돌아오게 됐다. 불펜에선 시즌 초 활약한 최향남이 4월 말 부상으로 빠진 뒤 최근에야 퓨처스(2군)리그 등판을 시작했다. 한기주는 기약 없이 재활 중이다.
시즌 중반 치열한 순위권 싸움 중에 또다시 맞은 주전 선수들의 이탈, KIA는 올 시즌도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