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상반기 가요계는 그 어느해보다 뜨거웠다. 신구세대의 음악이 공존했고, 1위를 향한 치열한 접전이 있었다.
봄에는 '돌아온 가왕' 조용필과 '국제 스타' 싸이가 시대를 초월한 세기의 맞대결을 펼쳤다. 각각 4월 16일과 12일 신곡을 발표하고 음원 차트에서 맞붙었다. 조용필이 펠레면 싸이는 마라도나였다. 한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가수 답게 월드컵 결승전 못지 않은 명승부를 펼쳤다.
아이돌의 하락세 속에서도 걸그룹의 인기는 여전했다. 특히 소녀시대·2NE1에 눌렸던 씨스타와 포미닛의 분전이 눈에 띄었다. 씨스타가 새 앨범을 발표하면 포미닛이 역습하는 형국이 상반기 내내 계속됐다. '넘사벽 걸그룹'(넘을수 없는 4차원의 벽. 소녀시대·2NE1 등 최고인기 걸그룹을 이르는 네티즌 용어)을 향한 '전국구 걸그룹'(넘사벽 바로 아래 인기그룹을 지칭)의 활약이 빛났다. 상반기 가요계를 조용필 vs 싸이, 씨스타 vs 포미닛의 대결구도로 살펴봤다.
▶'가왕' 대 '국제 스타'
조용필은 대형 사고를 쳤고, 싸이는 '국제 스타' 명성을 지켰다. 발매 전 분위기 흐름은 싸이 쪽에 있었다. 그만큼 지난해 발표한 '강남 스타일'의 위력이 대단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결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게 전개됐다.
선공격은 싸이었다. 12일 신곡 '젠틀맨'을 발표하고 9개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지난해 6주간 1위 기록이 이어진 '강남스타일 열풍'을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복병이 있었다. 바로 '돌아온 오빠' 조용필이다. 10년 만에 정규 19집 선공개곡 '바운스'로 컴백해 싸이를 밀어냈다. 발매 이틀째 8개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음원 차트 제도가 시작된 2004년 이래, 60대 가수가 신곡으로 1위에 오른 최초의 사건이었다. 음반 역시 불티나게 팔렸다. 현재까지 15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상반기 '음반킹'에 올랐다.
싸이의 진가는 해외에서 나왔다. '최고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싸이의 활동 종료 소감이 지나치게 겸손한 듯 들릴 정도다.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 4억건을 넘어섰고, 기네스북 세계레코드는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하루에 가장 많이 본 동영상' 부문에서 신기록(3840만건)을 세웠다고 밝혔다.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진입과 동시에 5위에 올랐다. 영국 차트에서는 10위까지 오르며 선전했다.
대결을 치열했지만 서로에 대해 존경심을 드러냈다. 지켜보는 가요팬들은 뿌듯했다. 싸이는 "조용필 선배와 비교되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며 자세를 낮췄고, 조용필은 "싸이가 미국에서 해내고 있는 일은 우리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돌아오면 소주 한 잔 사주고 싶다"고 격려했다. 두 사람을 향한 선후배들의 존경심도 빛났다. 록밴드 넬은 조용필에 대해 "사운드적으로 워낙 완성도가 있는 앨범이 나왔다. 후배들이 꼭 필요로 할 때 나와서 한 방 터뜨려 주신 것 같다"고 전했다. 조영수 작곡가는 싸이에 대해 "그의 센스에 감탄했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일렉트로닉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중독성 짙은 멜로디와 가사 등 대중적 코드를 잘 녹여냈다"고 평가했다.
▶누가 먼저 '넘사벽 걸그룹' 될까
씨스타와 포미닛은 소녀시대·2NE1이 자리한 '넘사벽 걸그룹'의 한 자리를 두고 제대로 붙었다. 포미닛이 선공격하면 씨스타가 맞대응하는 형국. 올해에만 투윤(포미닛 유닛), 씨스타19(씨스타 유닛), 포미닛, 씨스타, 포미닛으로 활동이 이어지며 간접 대결을 펼쳤다. 객관적 인기와 전력에선 씨스타가 한발 앞서 '넘사벽'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평가.
포미닛의 투윤(허가윤·전지윤)은 지난 1월 컨트리풍의 팝 '24/7'으로 첫 유닛 활동을 시작했다. 미국 빌보드에 '컨트리와 팝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곡'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음악적인 성공을 맛봤다. 씨스타는 2월 유닛 씨스타19로 '있다 없으니까'라는 메가 히트곡을 만들었다. 지난해 '나 혼자''러빙 유'부터 이어진 '음원 불패'가 또 다시 계속됐다. 가온 차트 기준 2월 월간 순위 1위에 올랐고, 지상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도 전부 휩쓸었다.
포미닛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제목부터 호기심 넘치는 신곡 '이름이 뭐예요?'로 대중의 마음을 훔쳤다. 4월 26일 발매돼 발매 한 달 뒤인 5월 27일에도 주간 차트 1위에 오를 정도. 걸그룹의 곡이 한 달을 넘게 차트 1위에 올라있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5월 이효리·2PM·신화 등 대형 가수들이 몰려, 힘겨운 싸움이 예상됐지만 보란 듯이 이겨내며 데뷔 이래 최고 히트곡을 냈다.
씨스타도 최근 완전체로 다시 돌아와 무서운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11일 정규 2집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기브 잇 투 미'로 일주일 넘게 차트 정상에 올랐다. 이승철·애프터스쿨·아이비 등과 겨뤄 거둔 성공이다. 사실상 음원 성적 만으로는 국내 걸그룹 중 더 이상 적수가 없다는 평가. 한국 시장을 넘어, 미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유일한 걸그룹으로 뽑히고 있다. 포미닛은 이달 말 여름노래를 발표하며 '1위'재탈환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