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임찬규(21)의 '물벼락 세리머니' 논란은 어찌 보면 방송사가 엄중하게 자제를 요청하고 LG 선수단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야구선수의 '인성'을 두고 경기인과 비경기인간의 대립으로 비화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물벼락을 맞은 정인영 아나운서의 소속사인 KBS N의 한 프로듀서는 지난 26일 임찬규의 물 세례에 관해 SNS에 "야구 선수들 인성교육은 진짜 필요하다. 축하는 당신들끼리 하든지, 너네 야구 하는데 누가 방해하면 기분 좋아?"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27일 "과도한 세리머니는 사과한다. 그러나 인격적 모독을 비롯해 전체 선수들을 매도하고 무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후 논란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은 완전히 갈렸다. KBS의 모 기자는 SNS에 "야구인들, 기본적인 개념은 찾아라. 여자 아나운서가 만만하지?"라고 썼다. 그러자 선수협은 28일 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야구선수들을 못 배우고 형편없는 사람으로 모욕한 KBS 모 기자를 야구계에서 퇴출시킬 것을 요청한다"고 대응했다. 은퇴선수협회도 성명서를 통해 "과도한 세리머니와 못배운 야구인들이라는 표현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선수들 역시 과도한 세리머니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전체 선수들을 매도한 것에 대해서는 지나쳤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도권 구단의 A선수는 28일 "감전 위험성을 생각하지 못한 것은 잘못된 부분이 맞다. 하지만 선수의 인성을 들먹인다든지 아나운서를 겨냥했다느니 하는 것은 웃긴 것 같다. 이제 무서워서 세리머니도 함부로 못하겠다"고 말했다. 지방 구단의 B 선수는 "분명 임찬규가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선수들의 인성을 언급한 SNS 관련) 기사를 읽고 기분이 나빴다. 결국 방송사도 야구선수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 아닌가"라고 했다. C 선수는 "KBS N이 LG 선수들의 인터뷰를 안 한다고 하는 걸 보고 '이래도 괜찮나'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특별히 너희들을 인터뷰해주는 거다'라는 태도같이 느껴졌다"고 불쾌해했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전 롯데 외국인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도 SNS에 "LG는 KBS N에 사과하지 마세요. 정인영 아나운서한테 사과하세요. KBS N이 어린 아이처럼 굴고 있어요"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