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강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아카데미의 레슬리 패리(56) 박사가 24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에서 열린 2013 한국축구과학회 컨퍼런스에서 맨유가 세계 최고의 빅클럽이 된 이유를 소개했다.
패리 박사는 지난 2월부터 맨유 아카데미에서 스포츠 과학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앞서 1990~2010년까지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1(3부리그) 트랜미어 로버스에서 물리치료사 겸 스포츠 과학팀장을 지냈고, 2009~2012년에는 같은 팀 감독을 맡은 축구과학 전문가다.
맨유와 트랜미어를 다 겪어본 패리 박사는 두 팀의 실력 차를 '스포츠 과학'에서 찾았다. 맨유는 2012-2013 시즌 EPL 1위를 차지했지만, 트랜미어는 리그1에서 11위로 마감했다. 맨유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1위, 트랜미어는 55위로 그 차이가 크다. 패리 박사는 두 팀의 큰 순위 차를 유명 선수 유무, 관중 동원 수, 재정규모 등 일반적인 항목 비교에 그치지 않고 두 팀의 훈련을 세세히 살펴봤다.
맨유는 첨단시설을 갖추고 새롭게 개발된 훈련을 받았지만, 트랜미어는 전통적인 훈련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를 테면 맨유 선수들은 체력단련실에 마련된 첨단 자전거로 체력을 증진시키는 반면 트랜미어 선수들은 일반인처럼 보통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달렸다. 또 맨유는 레그 프레스 머신(웨이트 트레이닝 장비)으로 근력을 기르지만, 트랜미어는 이런 기구가 없어 산비탈을 올랐다. 맨유는 자동시간측정장비로 손쉽게 훈련했지만, 트랜미어는 수동 손목시계로 훈련을 체크했다.
패리 박사는 "최첨단 장비를 갖춘 맨유 선수들이 트랜미어 선수들보다 훨씬 좋은 훈련 환경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맨유가 세계 최고 빅클럽이 된 데에는 단순히 최첨단 시설때문만이 아니다. 최첨단 시설을 이용해 새로운 훈련법을 개발해 낸 인적자원의 힘이 컸다"고 강조했다.
맨유 스포츠 과학팀에는 13명의 스태프가 있다. 그들은 영양, 체력, 근력 등 특화된 분야의 전문가들로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새로운 훈련법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선수의 영양 상태, 훈련 기록, 경기 분석 등을 하나로 모아놓는 선수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반면 트랜미어에는 스포츠 과학 전문가라고 불릴만한 사람이 없었다.
패리 박사는 "스포츠 과학의 힘은 현재 맨유를 만드는 데 큰 비중은 차지하지 않았다. 1% 정도의 역할만 차지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 1%가 현재 맨유와 트랜미어의 차이를 만들었다. 아직 수준이 낮은 클럽들이 스포츠 과학을 이용한다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축구과학회와 대한축구협회 주최로 열렸으며 '축구과학의 현장 적용'을 주제로 삼았다. 황보관 협회 기술위원장과 윤영길 한국체육대 교수가 주제 강연을 맡았고, 패리 박사 외에 카디프시티의 엔다 배런 박사는 영국의 축구과학 적용 사례에 관해 발표했다.
이밖에 이용수 협회 미래전략기획단장 겸 세종대 교수, 일본 나고야대 누노메 히로유키 교수, 쓰쿠바대 나카야마 마사오 교수 등이 참석해 다양한 축구 과학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정몽규 협회 회장도 참석해 "과학이 가진 창조와 통섭의 힘으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축구를 찾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