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한국마사회가 최근 3년 간 서울·부산경남경마공원의 1500마리 경주마를 분석한 결과, 경주마들의 시장 가치(몸값)와 승률이 비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몸값이 1억원 이상인 경주마들의 평균 승률이 43%로 가장 높았고 7000만원~1억원 미만이 21%, 400만원~7000만원 미만이 15.5%로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경마공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주마 중 가장 몸값이 비싼 경주마는 무엇일까.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혈맥은 어디일까. KRA한국마사회가 경마장 뒤편의 '혈통 전쟁'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최고 몸값? 미국 원정 우승마 ‘필소굿’
경주마로 활동하고 있는 경주마중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경주마는 2억3700만원의 '필소굿'(4세·서울 이신영 감독)이다. 2011년 미국 원정길에 오른 기대주로, 지난해 9월 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칼더경마장(1600m·모래주로)에서 우승을 차지해 유명세를 탔다. 한국 무대 데뷔를 위해 진행된 공개 경매에서 마주들의 폭발적인 관심받은 끝에 2억3752만 원이이라는 거액의 낙찰가를 기록하며 라온종합건설(법인마주)의 품에 안겼다.
'필소굿'은 국내 데뷔 후 3번의 경주에서 월등한 기량으로 3연승을 기록하며 1억원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2위는 특급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로 지난해 3월 경매에서 1억6000만 원에 낙찰된 '브리그'(3세·서울 안병기 감독 )다. 이어 미국 경매에서 1억5000만 원에 낙찰된 레이몬드 드랍 키드(LEMON DROP KID)의 자마 ‘위닝디자인Ⅱ'(3세 암말·부경 김영관 감독)가 3위를 기록했다.
한동안 국내 억대 경주마들은 기대치 대비 부족한 성적으로 저평가를 받았지만, 마주·감독 등이 경주마의 혈통과 체형에 눈을 뜨면서 흐름이 달라졌다. 1억원 이상의 몸값으로 활동하고 있는 경주마는 총 10마리로 이들 경주마는 모두 66회 경주에서 27회를 우승해 평균 승률 43%, 2위 이상의 성적을 나타내는 복승률은 6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기간 동안 벌어들인 상금만 무려 13억 2000만원에 달한다.
몸값이 비싼 경주마의 우승 확률이 확실히 높은 셈이다. 경주마 중 고가로 여겨지는 7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의 평균 승률은 21%, 4000만원에서 7000만원 미만의 평균 승률은 15.5%를 기록했다.
'1억 몸값' 10마리 중 반은 ‘메니피’ 혈맥
세계 경마산업의 경쟁은 어느 나라가 가장 좋은 씨수말을 소유하는가로 집약된다. 북미대륙의 경우 캐나다의 노스윈드 목장에서 ‘노던댄서’가 탄생하면서 유럽이 장악하고 있던 경마산업의 중심이 북미로 옮겨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선데이사일런서’가 일본경마 세계화의 초석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 경마를 주름 잡고 있는 ‘메니피’가 나타나 경주마 생산농가·마주·감독들까지 ‘메니피’ 자마 확보에 혈안이 되어있다. 1억 이상 몸값을 자랑하는 10마리의 경주마 중 5마리가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일 정도로 몸값이 치솟고 있는 상황. 메니피의 자마 5마리의 총 몸값은 6억3000만원에 달한다.
‘메니피’는 검증된 성적을 바탕으로 경매시장에서도 연일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주 일요경마 제9경주로 치러진 코리안더비에서 ‘메니피’의 자마인 ‘스피디퍼스트’가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1세 국산마 경매에선 최고가를 경신한 2억6000만원의 경주마도 역시 ‘메니피’의 피를 이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