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맞아 일제히 열린 2013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는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웠다.
포항 스틸러스의 야전사령관 황진성(29)은 자신의 생일이기도 한 어린이날 결승포를 터뜨려 자축했고 '이슈 제조기' 정대세(29·수원)는 이번엔 '그라운드의 싸이'로 변신했다. '전북의 귀공자' 이승기(25)가 가린샤 클럽(골을 기록한 경기에서 퇴장당한 선수들을 일컫는 명칭)에 가입한 뒤 멋쩍어하는 동안 울산 현대의 '고공 폭격기' 김신욱(25)은 이동국-데얀의 양강 구도로 굳어져 온 K리그 득점왕 경쟁 구도에 도전장을 냈다.
①황진성 어린이날 셀프 선물
황진성은 5일 열린 성남 일화와의 경기에서 전반 33분 호쾌한 왼발 슈팅으로 선제 결승골을 뽑아내 포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 한 골의 의미는 컸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조기 탈락하며 잔뜩 가라앉은 포항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올 시즌 정규리그 10경기 연속 무패(6승4무)를 포함해 지난 시즌부터 이어 온 무패행진도 18경기(11승7무)로 늘렸다. 어린이날은 황진성의 생일이기도 해 더욱 뜻깊은 득점이 됐다. 황진성은 "경기를 앞두고 황선홍 감독님을 비롯한 동료들이 생일 케이크를 준비해 내 서른 번째 생일을 축하해줬다. 동료 선수들과 '축포는 그라운드에서 터뜨리자'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실현될 줄은 몰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②정대세, 이번엔 시건방춤
눈물, 퇴장, 해트트릭 등 다채로운 아이템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인민 루니' 정대세의 새 무기는 가수 싸이의 신곡 '젠틀맨'의 안무 시건방춤이었다. 정대세는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 35분 선제 결승골을 성공시킨 직후 홈 팬들앞에서 거만한 표정과 유연한 몸놀림으로 시건방춤을 선보였다. 수원의 1-0 승리를 이끌며 한껏 달아오른 정대세는 경기 종료 후 홈팬들 앞에서 웃통을 벗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자신의 축구화를 던져주는 등 특유의 화끈한 쇼맨십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③에닝요에게 '바보' 소리 듣다
전북 미드필더 이승기는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의 맞대결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후반 8분 팀 동료 에닝요의 패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지만, 상의를 벗어 머리를 덮는 골 세리머니를 했다가 옐로 카드를 받아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전북은 이승기의 골을 끝까지 잘 지켜 1-0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선제골 이후 40분 동안 서울의 거센 반격에 시달려야했다. 경기 후 이승기는 "골을 넣고 너무 기뻐 정신줄을 놓았던 것 같다. 심지어 에닝요는 우리 말로 '바보'라고 놀리더라"고 털어놓아 웃음을 선사했다.
④김신욱, '토종 득점왕'에 도전장
울산 현대는 5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맞대결에서 1-3으로 완패해 상위권 도약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소득도 있었다. 주포 김신욱이 쾌조의 골 감각을 과시했다. 김신욱은 이날 후반 45분 얻어낸 페널티킥 찬스의 키커로 나서서 득점에 성공하며 올 시즌 7호골을 터뜨렸고, 서울의 '득점 기계' 데얀(6골)을 밀어내고 득점 단독 선두에 올랐다. 슈팅 당 득점률이 0.28골(25회 중 7골)에 달해 정확도 면에서 데얀(0.14골), 이동국(0.09골) 등 경쟁자들을 크게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