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가 벌써부터 여름라면 판매 경쟁에 돌입했다. 농심은 최근 매운맛을 한층 강화한 '고추비빔면'을 리뉴얼 출시하며 찰비비빔면, 메밀소바와 함께 여름 별미면 중심으로 올해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비빔면 시장에서는 이미 팔도가 '팔도 비빔면'으로 57%의 점유율을 차지해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 여름 무더위를 앞두고, 라면 시장 1위 농심의 야심찬 신상품 '고추비빔면'과 비빔면 시장 1위 팔도의 '팔도 비빔면'을 꼼꼼히 비교해봤다. 평가에는 음식·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맛집·요리 블로거’ 3명과 ‘외식경영학과 전공생’ 2명이 참여했다.
팔도, 여름 입맛 당기는 '감칠맛'
제품을 먹어본 평가자들은 “두 제품의 맛이 확실히 다르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두 제품의 소스의 맛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평가자들의 분석이다. 팔도는 새콤달콤한 감칠맛, 농심은 자극적인 매운맛이 특징이라는 것이 공통된 평가였다. 블로거 마이드림은 “팔도 비빔면소스는 전통적인 찹쌀고추장 같은 풍미가 느껴진다. 농심 비빔면은 매운 맛이 나면서 뒷맛은 달게 느껴진다”고 비교설명했다. 블로거 태니 역시 "팔도는 신맛과 단맛이 도드라지고, 고추비빔면은 매운 맛이 강조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농심 비빔면의 경우, 매운맛에만 치중하느라 여름철 입맛을 살려줄 다른 맛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세종대 외식경영학과 이두현씨는 "고추비빔면의 경우, 맵다는 점을 강조하다보니 다른 복합적인 맛이 덜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블로거 태니도 "여름엔 고온다습해지다보니 금새 무료하고 기력이 없어지는 데 소스가 새콤하고 시원한 팔도 비빔면이 더 입맛을 당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농심, 식욕 자극하는 '빨간 면발'
두 제품은 면발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가장 큰 차이는 색깔에서 나타났다. 팔도 비빔면의 면발은 일반 라면 면발과 같은 노란색인데 반해 농심 비빔면의 면발은 빨간색이었다. 블로거 꽃님이는 "홍고추를 넣어서 그런지, 농심 비빔면의 색감에서 식욕이 난다"고 말했다. 세종대 외식경영학과 하정임씨도 "빨간면을 이용해 더 매워보이고, '고추 비빔면'이라는 상품명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객에게 얼마나 성의를 보였냐는 측면에서 농심의 손을 들어준 평가자가 많았다. 이두현씨는 "농심 비빔면은 깨·김이 별도 스프로 들어있어 푸짐해보인다. 팔도 비빔면은 별첨 후레이크가 없어 심심해보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블로거 마이드림 역시 "창의적인 맛깔스러움을 갖춘 면발을 개발한 점, 고소한 깨가 듬뿍 들어간 맛김을 가미해 시각적인 효과를 높인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며 "원산지 표시를 분명히 밝혀 소비자에게 선택의 신뢰도를 높인 점과 고추의 특징적인 이미지를 제품명과 로고에 잘 부각시킨 점 등에서도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표했다. 이 블로거는 "팔도 비빔면이 일부 원재료를 제외하고 거의 원산지를 밝히지 않은 점이 의아하다"고 덧붙였다.
팔도 '대중적' 농심 '마니아적'
올 여름, 농심 비빔면이 비빔면 시장 점유율 1위인 팔도 비빔면을 넘어설 수 있을까? 평가자들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농심 비빔면에 더 높은 점수를 준 2명의 평가자 역시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팔도 비빔면이 이미 구축한 점유율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예측했다.
블로거 태니는 "고추비빔면이 매운맛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을 타깃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발휘할 수는 있어도, 비빔면을 뛰어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심 비빔면에 점수를 더 준 평가자들은 아쉬운 점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두현씨는 "팔도 비빔면의 패키지는 시원한 파란색으로 여름에 어울려보이는 데 반해, 고추비빔면의 패키지는 붉은색이라 뜨겁고 더워보이는 느낌이라 패키지만 봤을 때 '여름 라면'이라는 느낌이 잘 안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블로거 마이드림은 "새로운 소비층 개발을 위해 농심 비빔면의 특색을 중심으로 타사 제품과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시식 행사, 블로그 체험단 활동 등이 주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블로거 꽃님이 역시 "소스에 조금 더 복합적인 맛을 가미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여름에 많이 찾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