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서울엔 LG와 두산, 넥센 등 3개팀이 있다. LG와 두산이 잠실구장을 나눠 썼는데 넥센이 2008년 창단하고 목동구장을 홈으로 정하면서 세 팀으로 늘어났다.
가장 많은 팀을 보유했지만 서울 야구 팬들은 가을의 기억이 별로 없다. LG와 넥센은 각각 최근 10년, 5년 동안 4위 안에 들지 못해 약팀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나마 두산이 꾸준하게 포스트시즌에 올랐으나 2001년을 끝으로 우승한지 11년이 넘었다. 서울 야구 팬은 줄곧 지방 팀들의 우승을 안방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서울 팀간 가을 야구는 2000년 두산-LG의 플레이오프(두산 4승2패)이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 초반에는 서울 세 팀의 페이스가 다 좋다. 22일 현재 넥센과 두산, LG가 차례로 2, 3, 4위를 달리고 있다.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두산이 더욱 강해지고, LG와 넥센의 전력이 좋아져 서울 팀의 동반 4강 진출 가능성이 어느 해보다 높다는 전망이다. 서울 3개팀의 달라진 점과 남은 시즌 변수를 짚어봤다.
J베이스볼팀
<2위 넥센>
◇달라진 점=시즌 전 선발 라인업 공개 효과
염경엽 넥센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올 시즌 주전 라인업을 발표했다. 보통 시범경기가 열리는 3월까지 주전을 확정하지 않고, 선수들의 경쟁을 유도하는 타 감독들과는 다른 행보였다. 염 감독은 "맡은 역할에 따라 준비할 것이 다르다"고 했다. 염 감독의 라인업 공개의 효과는 컸다. 자리를 보장 받은 선수는 심리적인 안정을 가진 상태에서 훈련에 매진할 수 있었고, 그렇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자극제가 됐다.
2010년 두산 시절 24개의 홈런을 때려낸 뒤 하락세를 탔던 이성열은 올 시즌 6개의 홈런을 때려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염 감독은 이성열을 일찌감치 7번타자로 못박았다. 이성열은 "경기에 꾸준히 나가니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 가끔 대타로 나가서는 잘 치기 어렵다. 하지만 매일 나가면 오늘 어떻게 해야하는지 생각할 수 있고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변화의 이유를 꼽았다.
허도환은 신예 박동원에게 밀려 외국인 투수 나이트의 '전담 포수'로 밀려났다. 지난해 넥센의 안방을 책임졌던 그는 이를 더 악물어야 했다. 허도환은 22일 현재 타율 0.478(23타수 11안타) 4타점을 기록하며 '수비형 포수'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라인업 공개가 가져온 또다른 효과다.
◇변수=젊은 선수들의 풀타임 경험
넥센은 지난해 초반에도 돌풍을 일으켰다. 8개 구단 중 20승 고지에 선착했고, 전반기는 3위로 마감했다. 하지만 후반기 시작과 함께 하락세를 타더니 결국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주장 이택근은 "우리 팀엔 젊은 선수들이 많다. 다른 팀에 비해 경험이 떨어지다 보니 위기 상황에서 더 많이 흔들리게 된다. 지난해 후반기에 체력이 떨어졌을 때 팀이 약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올 시즌도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선수층이 얇은 넥센은 주전 선수들이 128경기의 대장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체력 안배부터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성적에 따라 기복이 심한 팀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끌어갈 필요가 있다. 이택근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어린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팀이 흔들린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잡아줄 계획이다"고 했다.
김주희 기자 juhee@joongang.co.kr
<3위 두산>
◇달라진 점='허슬두'로의 귀환
김진욱 두산 감독은 "두산이 '허슬두(Hustle Doo)'의 색깔을 되찾는 것이 우승을 향한 지름길"이라고 했다. 그리고 올 시즌 두산 선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과감한 플레이와 활발한 주루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두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9명의 타자 중 클린업 트리오 김현수·김동주·홍성흔을 제외하면 모두 발이 빠른 타자들이다. 작전 수행능력까지 뛰어나 누상에 나가면 여지없이 상대팀 배터리를 흔들어 놓는다. 이종욱, 오재원이 5개씩 기록하는 등 팀 도루는 24개로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과감해졌다. 무서울 것이 없는 사람처럼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외야를 통틀어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것과 9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2점대(2.63)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는 마운드도 두산의 강점이다.
두산 상승세의 가장 큰 힘은 '무한경쟁을 통한 선수들의 성장'을 들 수 있다. 김 감독은 지난 스프링캠프부터 각 포지션의 백업과 주전간의 경계를 없애고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그 속에서 민병헌·허경민 등 백업 선수들이 성장해 주전 자리를 꿰찼다.
◇변수=클린업트리오의 파괴력
지난해 두산은 거포 부재로 인한 홈런 기근에 시달렸다. 득점권에 주자를 둬도 해결해줄 선수가 마땅치 않아 '두점 베어스'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은 타선 강화와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FA(프리 에이전트) 홍성흔을 영입했다. 홍성흔이 팀 주장직을 맡으면서 두산의 더그아웃은 활기를 되찾았다. 이제는 김현수-김동주-홍성흔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김동성' 클린업 트리오가 해결사 노릇을 해줄 차례다. 홍성흔은 "2001년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우즈-김동주-심정수)와 비교해 우리가 지금 부족한 것이 중심타선의 힘이다. 그것만 극복한다면 우승은 충분하다"고 했다.
김유정 기자 kyj7658@joongang.co.kr
<4위 LG>
◇달라진 점=근 10년간 최고의 투·타 균형
LG의 "올해도 다르다"는 다짐은 10년 동안 지키지 못한 약속으로 귀결됐다. 결과적으로 LG는 달라진 게 없었다. 올 시즌은 결과가 나오려면 한참 있어야 하지만 과정은 어느 해보다 좋다.
LG는 투·타 밸런스가 최상이다. 삼성에서 정현욱을 데려와 뒷문이 탄탄해진 것이 팀 전체에 '이길 경기는 꼭 잡고, 져도 쉽게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지난 18일 광주 KIA전에서 LG의 저력이 드러났다. LG는 8-12로 지고 있다가 8회 5점을 뽑아 13-12로 역전승했다. 정현욱이 버텨주는 사이 타선이 KIA 마운드를 무너뜨려 경기를 뒤집었다. 마무리 봉중근은 1점 차 리드를 지키고 값진 1승을 안겼다. 예전 LG 같았으면 쉽게 볼 수 없는 경기였다.
LG의 전력이 최고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보완할 점이 많다. 선발진이 약하고, 거포도 없다. 실책도 곧잘 나온다. 하지만 서로 받쳐주며 그 약점을 잘 메우고 있다. 투·타 성적은 상위권이다. 팀 타율 0.291로 2위, 팀 평균자책점은 4.25로 3위에 올라 있다. 점수를 잘 내고 실점은 적게 한다. 또 예측가능한 야구를 한다. 과정이 좋으면 결과가 좋게 나올 확률은 높다.
◇변수=위기관리 능력만 생기면.
강팀이든 약팀이든 시즌을 치르다보면 고비가 몇 차례씩 온다. 그 고비를 잘 넘기는 팀이 강팀이고, 무너지는 팀은 약팀이다. LG는 후자에 가까웠다. 부상자가 생기거나 일이 터지면 급속도로 곤두박질쳤다. 'DTD(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허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아직 별다른 위기는 없었지만 올해는 선수층이 두꺼워져 희망을 준다. LG는 주장 이병규 없이도 시즌 초반 잘 나가고 있다. 정주현, 문선재의 성장과 현재윤, 손주인 등 이적생들의 활약으로 빈틈이 작아졌다. 'LG는 7, 8월이 돼봐야 안다'고들 한다. 체력이 떨어지고 선수가 없어 팀이 내려앉은 시기가 늘 그즈음이었다. 정현욱은 "그 고비만 넘기면 탄력을 받아 치고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