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한 얼굴에 들어찬 큰 눈, 넓은 어깨와 큰 키까지. 개그맨 김성원(29)의 외모는 개그맨이라기보다는 잘생긴 배우에 가깝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 본 그는 멋진 얼굴을 망가뜨리며 웃음을 주는 것을 좋아하는 '천생 개그맨'이었다.
"롤모델인 짐캐리처럼 재미있는 모습과 진지한 면을 함께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김성원의 포부. 지난해 KBS 2TV '개그콘서트-멘붕스쿨' 코너에서 유학파 학생 캐릭터를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3월부터는 '신사동 노랭이' 코너에서 유명 작곡가의 총애를 받는 인기가수 캐릭터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물 오른 표정연기와 영어를 교묘히 섞어 웃음을 유발하는 말장난 개그는 다른 이들이 흉내내기 힘든 그만의 장기. 그는 "누군가 나를 보며 웃는 모습을 볼 때 제일 행복하다"며 밝게 웃었다.
-'멘붕스쿨'이 폐지되자마자 '신사동 노랭이' 코너에 투입됐다.
"처음부터 '신사동 노랭이' 코너 멤버였던 것은 아니다. '신사동 노랭이'는 올해 초, 송준근 선배가 틀을 짜고 이종훈 선배와 서태훈이 아이디어를 추가해 만든 코너다. 서수민 PD님이 코너를 방송에 내보내기 직전에 '웃음 포인트 하나를 추가하자'며 나를 선택해 주셨다."
-'재미있다'는 평과 '식상하다'는 평이 엇갈리고 있다.
"멤버들 끼리도 '어쨌든 유치한 쪽으로 가자. 어이없는 웃음이 포인트'라는 말을 많이 한다. 아직 코너가 초반이기 때문에 조금만 더 지켜봐주시면 분명 더 재미있어질 것이다. 원래 이런 스타일의 개그는 익숙해져야 더 재미있는 법이다."
-할리우드 배우 짐캐리가 롤모델이라고.
"멕시코에서 10세부터 21세까지 살았다. 고등학교 때 수강한 연극 수업에서 상대방과 호흡을 맞추는 것의 즐거움을 느꼈다. 이후 영화 '그린치'를 각색한 크리스마스 연극에 출연했는데, 영화에서 짐캐리가 맡았던 '그린치'를 연기하며 친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 때부터 짐캐리가 나오는 영화를 다 찾아보면서 연구해 왔다."
-멕시코 출신으로 한국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멕시코에 거주했을 당시에는 한국 정서를 전혀 모르고 살았다. 처음 서울예대에 와서 선배들에게 기합을 받으며 깜짝 놀랐다. 막 소리지르고 반말을 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컬쳐쇼크'였다고 할까. 돌이켜보면 그 때 소위 '개념'을 익힌 덕분에 군대나 개그맨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개콘' 신인 시절에 각잡고 앉아있는데, 송준근 선배가 '나도 텍사스에서 살았다'며 말을 건넨 적이 있었다. 웃어도, 대답을 해도 안되는 시기였는데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며 '왓썹'이라고 해 버렸다. 며칠간 굉장히 어색해졌던 기억이 난다."
-개그맨 치고 상당히 준수한 외모다. 연기 욕심은 없나.
"얼마든지 있다. 어차피 내 꿈은 '코미디 희극배우'다. 짐 캐리도 영화 '이터널 선샤인' 등에서 장르를 넘나드는 활약을 보여주지 않나. 임창정 선배가 영화 '공모자들'에서 보여준 모습처럼 냉철한 느낌의 연기도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