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종영한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은 KBS 2TV 월화극 '그들이 사는 세상'(08) 이후 송혜교의 5년만의 브라운관 복귀작. 미모뿐 아니라 안정된 연기력으로 다시 한 번 톱클래스 여배우임을 각인시켰다. 극중 사람을 믿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자 대기업 상속녀인 오영 역을 맡아 조인성과 남매와 연인을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사랑을 그려냈다. 그는 "시각장애인들이 어떻게 하이힐을 신고, 립스틱을 바르는 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다행히 드라마가 방송된 후, 그들을 찾는 손길이 따뜻해졌다고 하더라"며 밝게 웃었다.
-'그 겨울'의 종영 소감은.
"시원섭섭한 감정은 아니다. 이번 작품을 하는 동안 너무 지치고 괴로웠다. 그런데 벌써 그 시간이 그리워진다. 오영을 내 안에서 떠나보내기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시각장애인 연기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복지관에 가서 시각장애인 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병의 진행상황과 시력을 잃은 정도에 따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 다양한 시각 장애가 존재한다. 노희경 작가님과 배역의 시각 장애를 어느 정도로 설정할 것인지까지 구체적으로 다 정해놓고 시작했다. 또한 시각장애인들의 외모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굽 높은 신발도 신을 수 있는지, 립스틱은 어떻게 바르고 눈썹 라인은 어떻게 바르는지에 대해 세세히 알아봤다. 또 장애인 분들도 내게 원하는 부분이 있었다. 'TV에 나오는 다른 시각장애인들처럼 너무 심하게 더듬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다행히 방송 후 복지관 팀장님이 '관원들이 요새 밖에 나가면 예전보다 손길이 따뜻해졌다고 하더라'고 말씀해 주셨다."
-데뷔 때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의 '뱀파이어 미모'를 자랑한다. 피부관리 비법은.
"내가 보기엔 너무 다르다. 요새 인터넷에 '순풍 산부인과'(98) 때 사진이 돌아다니더라. 당시엔 고등학생이었고 엄청 먹었을 때다. 극중 잘 먹는 역할을 맡았는데, 제작진이 주는 대로 먹다가 방송중 살이 더 쪘던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 감정 소모가 많은 '무거운' 역할을 많이 맡아왔다. 가벼운 역할을 해 볼 생각 없나.
"차기작에서는 가벼운 역할을 할 계획이다. 더 이상 무거운 역할을 소화해 낼 에너지가 없다. 다음에는 영화 '노팅힐' 같은 밝은 로맨틱물을 하고 싶다. 이번달에 중국 오우삼 감독님의 신작 '생사련'에 출연하게 된다. 내용을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세 커플의 이야기다."
-해피엔딩으로 끝난 결말은 마음에 드나.
"작가님은 처음부터 해피엔딩을 생각하셨다고 하더라. 예전엔 멜로 장르라면 슬픈 결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극중 캐릭터들이 너무 힘드니까 '이들도 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이제 30대다. 결혼은 언제쯤 할 계획인가.
"어린 시절에는 결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연애조차 귀찮아지고 있다. 주변에 친한 언니들이 다 노처녀, 혹은 늦게 시집을 간 사람들이다. 배우 최지우·송윤아 등 언니들이 예전에 내 나이쯤 됐을 때 '모든게 귀찮다. 남자와 전화하는 것도 귀찮고, 100일 등 기념일 챙기는 것도 다 귀찮다'고 말했는데 현재 내 상태가 딱 그렇다. 지금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누군가를 챙기는 것이 어렵다. 이러다 큰 일 날 것 같다.(웃음)"
-배우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나.
"20대 시절 여자로서 누릴수 있는 것을 다 누리며 지냈기 때문에 아쉽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일도 사랑도 다 열심히 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20대 시절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은 작품에 담았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은 있다."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가 있나.
"그룹 빅뱅을 제일 좋아한다. 빅뱅 노래를 들으면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다. 그들이 보여주는 자유로운 느낌이 마음에 든다. 아쉽게도 아직 빅뱅 콘서트는 가 보지 못했다. 사람 많은 곳에 가면 기를 빼앗기는 스타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