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스피드 코리아’ 이을 기대주 3인방 “우리도 있다”
2012-2013 시즌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은 이상화(24), 모태범(24) 등 간판 선수들뿐 아니라 기대주들의 선전도 잇따랐다. 중심에는 '단국대 3인방' 서정수(19), 임준홍(19), 김성규(21)가 있었다.
서정수는 지난달 24일 이탈리아 콜라보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1976년 이영하 이후 37년만의 우승이었다. 임준홍은 이 대회 1000m에서 첫 정상에 올랐다. 또 김성규는 지난해 12월 국내 스프린트선수권 남자 500m 2차레이스에서 모태범을 꺾고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은 단거리, 중·장거리 등 종목별로 특화돼 성장하면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19일 서울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에서 만난 스피드 기대주 3인방은 거침없이 할 말을 다 하는 영락없는 대학생들이었다. 그러나 선수 생활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자 표정은 금세 진지해졌다. "가깝게는 소치, 멀리는 평창에서 태극기를 가장 높은 자리에 휘날리겠다"는 이들은 "인기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우리를 지켜봐달라"며 당차게 말했다.
- 학기 초인데 어떻게 보내고 있나.
임준홍(이하 임): "시즌이 막 끝난 뒤 일탈을 즐기고 있다. 친구들과 그동안 못 마셨던 술도 마시고 있다. (술 마시는 건 안 되지 않나) 상관 없다. 즐길 건 즐기는 게 대학생 아닌가. 시즌 때는 안 마시지만 평소에는 우리도 일반 대학생이나 다를 바 없다."
서정수(이하 서): "최근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갔다왔다. 동기와 선배님들을 만나서 같이 게임도 하고 즐겁게 놀았다. 앞으로 대학생활이 재미있을 것 같다."
김성규(이하 김): "하루하루가 1년 같을텐데…나는 아직 4학년인데도 아직도 4년 남았다는 말 많이 듣는다.(웃음)"
- 서로 주종목이 다른데 굉장히 친한 것 같다. (김성규는 500m, 임준홍은 500·1000m, 서정수는 1500·5000m가 주종목이다.)
김: "동생들이 우울할 틈이 없게 만든다. 죽을 때까지 알고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는 친구들이다."
임: "셋이 함께 있으면 즐겁다. 성규형은 우리에게 잘 대해준다. 밥을 잘 사주는 든든한 형이다.(웃음) 또 장거리가 약했던 우리 팀이 정수 덕분에 많이 올라갈 거다."
서: "너무 큰 부담 지워주는 것 같다.(웃음) 그래도 나 때문에 해볼 만 하다는 것 인정한다. 지켜봐달라."
- 지난 한 시즌동안 성취감이 대단했을 것 같은데.
임: "세계 무대에 나간 건 처음이었다. 그냥 3등만 하자고 했는데 1등까지 해서 정말 기뻤다."
김: "작년 12월에 난생 처음으로 (모)태범이형을 이겼다. 언젠가 꼭 이기고 싶었는데 '드디어 해냈구나' 하는 보람을 느꼈다."
서: "장거리는 보통 유럽 선수들이 잘 탄다. 그런데 그 선수들을 꺾어 정말 신기했다. 시상식 하고나서 한국 선수로 37년만의 우승이라고 들어서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시니어 무대에서도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 자신들의 장점은 무엇인가.
김: "나는 순발력이다. 처음 출발할 때 반응속도가 빠르다. 이건 태범이형한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서: "성규형이 부럽다. 나는 100m 기록을 여자 선수 타듯이 한다.(웃음) 대신 체력이나 지구력, 정신력은 성규형보다 낫다."
김: "그건 인정한다. 나는 3000m를 달리면 실려간다. 지구력은 정수한테 못 당한다.(웃음)"
임: "나는 이 둘의 장점을 골고루 나눴다. 그래서 이 두 선수의 중간인 1000m를 잘 타는 것 같다. 그리고 매 시즌마다 꾸준하게 개인 최고 기록을 낼 정도로 성장 속도도 빠르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 모태범, 이승훈 같은 선배들을 보면 어떤 느낌인가.
임: "지난해 여름부터 규혁이형과 우리 셋이서 같이 훈련을 했다. 처음에는 연예인같고 신기했지만 함께 있으면서 내외적으로 많이 배웠다. 내게는 스피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좋은 터닝포인트가 됐던 순간이었다."
김: "아무래도 단거리 전문 선수다보니 규혁이형이나 태범이형을 많이 지켜봤다. 형들의 경험이나 기술들을 보며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서: "중장거리 전문이라 (이)승훈이형을 많이 지켜봐왔다. 얼마 전까지 대표팀에서 승훈이형과 같이 레이스를 타봤는데 아직도 멋있어 보인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로 전향해 내게도 좋은 본보기가 됐다."
-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어떤 점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 "힘에서 다른 형들한테 밀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근력, 지구력을 키워야 한다."
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 전향한 지 오래 되지 않아 아직 운영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도 단거리에서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다 쇼트트랙 훈련도 잘 돼 있어 많이 훈련하면서 보완할 것이다."
임: "아무래도 체격, 체중이다. 내가 야리야리한 편이다. 단거리 선수하면 묵직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게 없다. 그걸 보완하면 형들이 나한테 잡힐 거다.(웃음)"
- 목표는 무엇인가.
김: "나는 2018년 평창까지 안 보인다. 그냥 바로 내년 2월 소치에서 메달을 따서 태극기를 꼭대기에 휘날리는 게 목표다."
서: "나는 소치에서 경험만 해보고 싶다. 그리고 좀 더 경험해서 평창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싶다. 내가 꼭 해보고 싶은 건 명함에다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걸 새겨보는 것이다. 그래서 유명해지고 싶다."
임: "유명해지고 싶은 정수의 생각과 같다.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고, 사인 한 장 해주면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다. 나도 평창뿐 아니라 2022년 겨울올림픽까지 보고 꾸준하게 대표에 들어 좋은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그리고 우리끼리 다 해먹었으면 좋겠다.(웃음)"
김·서: "그래. 다 해먹자!"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