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오언 통해 본 ‘유리몸’에 눈물 흘린 선수들
언젠가부터 '유리몸'이라는 단어가 축구팬들 사이에 익숙한 명사가 됐다. 좋은 기량을 갖췄음에도 1년에도 몇번씩 다치는 잦은 부상 탓에 붙여진 '유리몸'이라는 단어는 많은 팬들을 애잔하게 만들었다.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33)이 19일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토크시티에서 활약했던 오언은 잇따른 잔부상을 버티지 못하고 "지금이 선수생활을 마감할 적기"라면서 은퇴를 결심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16강 아르헨티나전에서 수비수 2명을 제치고 환상적인 골을 넣고, 2001년 유럽축구연맹(UEFA) 올해의 선수상을 탔던 '원더보이'의 비교적 이른 퇴장에 잉글랜드 축구팬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오언은 2005년 뉴캐슬에서 활약할 때부터 거의 매년마다 부상으로 신음해왔다. 무릎 인대 파열을 비롯해 허벅지 근육, 발목, 사타구니 등 축구 선수가 당할 수 있는 부상을 대부분 당했다. 그러면서 기량도 퇴보했다. 맨유에 몸담았을 당시 에이스 상징인 7번을 달기도 했던 그는 실망스러운 활약상에 내리막길을 걸었고,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다.
축구 선수 가운데 '유리몸' 경력으로 조기 은퇴한 사례는 많다. 2000년대 초반 독일 축구의 미래로 불렸던 세바스티안 다이슬러(33)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는 10대 때 천부적인 재능을 갖춘 미드필더라는 말을 들으며 많은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선수 생활을 하면서 무려 5차례나 무릎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며 27살이던 지난 2007년 은퇴를 결심했다. 1990년대 후반 네덜란드 축구 중흥을 이끌었던 미드필더 마르크 오베르마스(39) 아약스 이사도 고질적인 무릎 부상 때문에 31살이던 2004년 현역 은퇴했다.
'유리몸' 때문에 힘겹게 선수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선수도 있다. 오언 하그리브스(32)는 '부상 종결자'로 불릴 정도로 잦은 부상을 겪어왔다. 2008, 2009년 두차례나 무릎 수술을 하는 등 2008~2009 시즌부터 세 시즌동안 5경기에 출장하는데 그쳤다. 결국 맨체스터시티로 쫓겨났지만 잇따른 부상 후유증을 겪은 그는 무적 신세로 뛸 팀을 찾고 있다. 2006년부터 4년동안 햄스트링, 사타구니, 무릎 인대 부상 등을 고루 경험했던 아스널의 토마시 로시츠키(33)는 주력 선수에서 밀려난 처지다.
반면 '유리몸'을 딛고 최고로 거듭난 선수도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로빈 판 페르시(30)는 2009-2010 시즌 발목 수술로 5개월간 결장하는 등 매 시즌마다 부상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2011-2012 시즌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르고 30골을 넣으며 생애 첫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