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봄 농구'를 노렸던 부산 KT의 꿈이 물거품으로 변했다. 부상 악령이 발목을 잡았다.
KT는 14일 열린 프로농구 정규리그 울산 모비스전에서 56-84로 대패했다. 6연패를 당한 KT는 남은 2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전창진(51) 감독이 부임한 2009-2010 시즌 이후 처음으로 봄 농구 없는 한 시즌을 맞게 됐다.
KT가 모처럼 6강에 오르지 못한 데는 나름 변명할 구석이 있다. KT는 시즌 내내 부상 악령에 시달렸다. 전창진 감독조차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외국인 선수부터 말썽이었다. 시즌 전 데려왔던 브랜든 코스트너가 정강이 부상으로 나간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기량 부족으로 대리언 타운스 대신 삼성에서 데려온 브라이언 데이비스는 왼쪽 무릎 연골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아웃됐고, 이어 들어온 테렌스 로버츠도 무릎, 발목 부상으로 교체돼 나갔다. 제스퍼 존슨이 고군분투했지만 다른 외국인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에 막판 체력 저하가 눈에 띄었다.
주력 선수들의 부상도 마찬가지로 이어졌다. 포워드 김도수가 지난해 11월 왼쪽 발목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고, 떠오르는 신예 가드였던 김현수도 비슷한 시기에 무릎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또 올 시즌 후 은퇴를 선언한 서장훈은 무릎 부상으로 자주 코트에 결장했고, 송영진, 윤여권, 박성운, 김현민, 임종일 등도 부상으로 코트와 벤치를 들락날락했다. 여기에 결정타는 슈터 조성민이었다. 조성민은 지난달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막판 중요한 순간에 시즌 아웃됐다. 여기에 김명진, 조동현도 막판 부상 악령을 피하지 못했다. 이렇게 큰 부상을 당했던 선수만 줄잡아 10명이 넘었다. 전 감독은 "12명 엔트리를 채우는 게 고민이었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렇다고 (엔트리 규정 위반으로) 벌금을 낼 수는 없는 만큼 다친 선수들을 어쩔 수 없이 투입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정상적인 전력을 가동할 상황이 되지 않다보니 전력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 근근이 6강 문턱에서 버텨왔던 KT는 결국 6라운드 막판 6연패를 당하면서 고개를 떨궈야 했다. 전창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과 선수들의 한숨은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