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인기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가 욕설에 병들고 있다. 게임을 못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심한 욕설을 퍼붓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경찰에 고소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심지어 LOL e스포츠대회에서도 선수가 욕설 등 비매너 행위를 저질러 물의를 빚었다. '이 게임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요즘 대세 게임인 LOL이 어쩌다가 욕설이 범람하는 게임이 됐을까?
게임 못하면 온갖 욕설, 고소로까지 번져 LOL은 5명이 한 편이 돼서 상대방의 진영을 파괴하는 방식의 게임이다. 욕설은 내편·상대편을 가리지 않고 이뤄진다. 특히 패하면 게임을 못한 자신의 편에게 심한 욕설이 쏟아진다. 라이엇게임즈측에서 각종 욕설을 금칙어로 설정해놓았지만 이를 피해 변형해서 한다. 욕설 수준도 심각해 상대의 부모를 들먹이며 욕을 하거나 성폭력적인 언사도 서슴지 않는다. LOL을 론칭될 때부터 하고 있다는 게이머 서모(35)씨는 "10번 게임을 하면 5번은 욕을 듣는다"며 "스트레스 풀려고 LOL을 하다가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말했다. 한모씨(34)는 "다른 이용자에게 욕을 먹기 싫어서 채팅을 아예 끄고 게임을 한다"며 "이것도 싫은 몇몇 친구들은 아예 게임을 접었다"고 했다.
욕설을 참다못해 경찰에 고소한 사건도 벌어졌다. 직장인 김모(30·여)씨는 지난해 9월 다른 이용자들도 있는 채팅방에서 자신에게 2시간 넘게 심한 욕을 한 이용자 두 명을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는 단지 게임을 못한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성적으로 강간을 연상시키는 성희롱 발언과 '초졸이네' 등의 인신공격을 받았다. 김씨가 캡처해 경찰에 제출한 욕설만도 A4 용지로 무려 21장이나 됐다. 결국 욕을 한 22세 A씨와 18세 고등학생 B군은 약식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욕설은 일반 이용자 뿐 아니라 LOL e스포츠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문제다. 지난 달 21일 폴란드에서 열린 IEM7 카토비체 4강전에서 러시아 선수가 한국팀에게 주먹 욕설을 한 것이 고스란이 중계됐다. 지난해 가장 큰 LOL e스포츠대회였던 시즌2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한국팀 아주부 프로스트의 이현우가 IG와의 경기에서 "죽어라. 개○○○" 등의 욕설을 퍼부은 것이 방송돼 국내외적으로 비난이 쏟아졌다.
남탓하는 구조…욕설 부르는 게임성 LOL에서 욕설이 심각한 이유로는 게임성이 꼽힌다. 모르는 5명이 한 팀을 이루어서 게임을 하다보니 지게 되면 남 탓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LOL은 20~30분간 진행돼 집중도가 높고 그만큼 승부욕도 높다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는게 게임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게임 중에 채팅할 수 있는 여유가 다른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도 '욕설 환경'을 만든다는 지적이다. 한 LOL 게임단 관계자는 "스타크래프트는 혼자하기 때문에 지든 이기든 모두 자기 탓인 반면 LOL은 모르는 사람들이 팀을 구성하다보니 남 탓을 하고 책임을 전가해 공격하기 좋다"고 말했다.
회사측의 제재가 신속하고 강력하게 이뤄지지 않는 점도 욕설 범람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해외에서부터 LOL을 즐겼다는 정모씨(33)는 "신고를 해도 바로 제재되지 않는다"며 "LOL 좀 하는 이용자라면 알만큼 유명한 '욕설러'(욕을 많이하는 사용자)는 1년 가까이 버젓이 활동하는 것도 봤다"고 말했다.
LOL측 심각성 인식, 근절 총력 라이엇게임즈은 나름대로 욕설 등 비매너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악의적이고 상습적인 비매너 이용자에 대해 '즉시 영구 이용제한' 등 강력한 조치를 내리고 심리학자가 포함된 플레이어 행동 연구팀에서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 특히 '게임 배심원단'과 '명예로운 소환사' 등 비매너 행위 근절을 위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권정현 라이엇게임즈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은 "내부에서도 욕설 등 비매너 행위를 엄청나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겨울철에 신규 이용자 유입을 위한 캠페인을 하는 대신 매너 캠페인을 펼쳤을 정도"라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또 "일일이 제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용자의 자율적인 매너 플레이를 장려하는데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도 욕설이 여전하지만 예전보다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