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30·LG)이 오키나와로 떠났다. 1차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했던 그는 훈련을 통해 꾸준히 몸을 만들어 팀의 2차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동현은 지난달 7일 열린 체력테스트에서 4㎞를 21분30초에 돌아 합격 기준인 20분을 넘겼다. 김기태 LG 감독은 사이판 스프링캠프 참가자 명단에서 그를 제외시켰다. 이동현은 "죄인이 무슨 말을 하겠나.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탈락이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지난해에도 그는 1차 전지훈련에 가지 못했다. 이동현은 지난해 4㎞달리기에서 완주조차 하지 못했다. 무릎 부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무릎 통증이 올해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동현은 "누구나 부상부위는 있을 수 있다. 핑계를 대고 싶진 않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말 재활조 투수들과 함께 한 달간 사이판에서 훈련을 하며 준비도 더 많이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훈련장에서 숙소까지 7㎞정도가 되는 거리를 뛰고, 걸으며 체력테스트를 대비했다. 그는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작년보다 좋아진 느낌이 있었다. 꼭 완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결국 올해도 사이판행 비행기는 타지 못했다.
'훈련을 제대로 안 한 게 아닌가'라는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평소 인터넷 팬 게시판을 자주 살펴보는 이동현은 "무릎이 안 좋은 걸 알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욕도 정말 많이 먹었다"고 말했다. 마음을 더 독하게 먹는 계기가 됐다. 그는 "선수로서 내가 할 일을 제대로 못한 거니 욕을 듣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말들이 자극제가 됐다. 올 시즌 정말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1군 선수들이 사이판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난 사이 진주에서 2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했다. 이동현은 "창피해서 묵묵히 운동만 했다"며 "개인 시간에는 4㎞정도의 롱런을 계속했다. 무릎이 안 좋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쓰면서 많이 뛰었다. 연속적으로 뛰니 무릎이 부어서 치료도 받았지만, 단련을 하기 위해 보강위주로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다. 그는 "진주에는 신인 선수들도 많은데 나태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지 않나. 모범을 보이기 위해 더 열심히 했다. 피해주지 않고 훈련을 마친 것 같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이판에서 훈련한 선수들 못지 않게 몸을 만들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1차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그는 지난 시즌 52경기 나와 2승2패 6홀드 평균자책점 3.02로 좋은 성적냈다. "작년에 (우)규민이도 (유)원상이도 나도, 진주에 남아 죄송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했다. 두 번이나 떨어지니 면목도 없다. 프로는 실력으로 보여드려야 하니, 꼭 좋은 성적을 내서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