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국 축구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 하면 문창진(20·포항)이 떠오른다. 그는 지난해 11월 열린 19세 이하(U-19)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4골을 터트리며 스타덤에 올랐다. 그러나 문창진은 더 큰 꿈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20세 이하(U-20) 월드컵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현재 문창진은 소속팀 포항의 전지훈련을 위해 터키 안탈리아에 갔다. 터키는 문창진이 6월 말 멋진 플레이를 선보여야 할 '약속의 땅'이다. 6월 21일부터 7월 13일까지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이 터키에서 치러지기 때문이다. "아직은 고치고 배워야 할 게 많다"고 겸손해하던 문창진은 'U-20 월드컵' 단어만 나오면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잉글랜드와 조별예선에서 꼭 맞붙고 싶다"면서 "조별 예선을 통과한 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4강에 오르는 게 첫 목표고, 그 다음은 우승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 작년 한해를 돌이켜본다면.
"뜻깊고 만족스러웠던 한해였다. 이름 세글자를 기억해주고, 옷가게를 가면 사진 찍어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한 80점 정도 줄 수 있는 한해였다. 소속팀 포항의 형들도 축하해줬는데 장난으로 어깨가 많이 올라갔다고 했다."
- U-19 아시아선수권에서 맹활약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부담이 컸다. 그 때문에 초반 경기에서는 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3차전 중국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에 마음이 편해졌다. 개인적으로 본선 진출 티켓이 걸려있던 8강 이란전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한 게 기억에 남는다. 물론 결승전 이라크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에 동점골을 넣은 것도 짜릿했다."
- U-20 월드컵은 문창진에게 어떤 대회인가.
"큰 일을 내고 싶은 욕심이 많은 대회다. 한편으로는 기대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담도 된다. 아시아선수권에서 보여준 게 있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도 강하다. 그래도 우리 팀의 장점은 끈끈함이다. 팀워크를 잘 맞추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 꼭 맞붙고 싶은 팀이 있나.
"잉글랜드다. 일단 유명한 선수들이 많지 않느냐. TV로도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보는데 아스널의 옥슬레이드-챔벌레인, 잭 윌셔 등을 보면 내 또래에 저런 리그에서 뛰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번 붙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가져 왔다. 선진국 축구가 뭔지를 경험해보고 싶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스페인도 물론 상대하고 싶은 팀이다."
- U-20 월드컵이 해외 진출의 등용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해외 무대에 대한 욕심은 없나.
"해외 진출 생각을 안 하고 있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러나 아직 팀에서 자리를 잡은 것도 아니다. 더 노력해야 한다. 그래도 잘 하면 러브콜이 오지 않겠나. 평소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스타일을 좋아한다. 플레이 스타일도 그렇고, 좋아하는 선수도 많다. 기술적으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 U-20 월드컵 목표는 어떤가.
"일단 4강 진출이 목표다. 예선을 통과하면 그 이후엔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천천히 올라가다보면 아마 정상에 가있지 않을까. 내 생일이 7월 12일인데 공교롭게 결승전(7월 13일)과 거의 같은 날이다. 생일 선물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꿈을 꾸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5골 정도 넣는 게 목표다. 꿈은 클수록 좋은 것 아닌가."
- 차범근축구교실에서 축구를 시작했던데.
"4살때부터 축구를 좋아했다. 그러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한 선생님이 축구 한번 해보지않겠냐는 제안에 차범근축구교실을 2-3년정도 다녔다. 그 당시에는 내가 어려서 차범근 감독님을 잘 몰랐는데 그때 드리블 기술을 1대1로 가르쳐주시고, 기본기에 대해서 많이 강조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 이후에 정식으로 축구 선수 생활을 하고 싶어 전남 광양에 내려갔고, 중간에 독일 유학도 했다. 축구를 제대로 하고 싶어서 그런 선택을 했다."
- 키가 작은 것(171㎝)이 콤플렉스로 느껴질 때는 없었나.
"어렸을 때부터 많이 먹고 키가 컸으면 하는 생각을 가졌다. 그런데 뜻대로 잘 안 되더라. 그렇다고 키가 작다고 해서 공을 못 차는 건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작은 게 유리하다는 생각을 갖고 축구를 하고 있다."
- 롤모델이 황진성인데.
"고등학교 때부터 봐왔다. 경기를 보러갈 때마다 나도 저런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플레이 스타일이 내가 추구하는 것과 비슷하고, 진성이형의 여유있는 플레이도 많이 본받고 싶었다. 그러나 하나 닮고 싶지 않은 게 있다면 성격이다. 많이 조용하고 소심하다고 해야 할까. (웃음)"
- 지난 시즌 K리그에서 4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다. 내 K리그 데뷔전은 아주 뜻깊은 경기였다. 인천의 무관중 경기에 데뷔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서운한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무관중 경기는 아무나 뛸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 전반적으로 프로 무대는 냉정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더 많이 배우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가졌다."
- 국가대표에 대한 욕심은.
"아직은 이르다고 본다. 브라질월드컵 대표에 발탁되는 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보다 인천 아시안게임, 리우 올림픽 등 각급대표팀을 천천히 밟아 올라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돋보이면 언젠가 기회는 생기지 않겠나."
- 올해 소원은 무엇인가.
"일단 U-20 월드컵에서 4강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활약하는 게 목표다. K리그 클래식에서는 공격포인트를 가능한 많이 올리고 싶다. 특히 빠른 시일내에 데뷔골도 넣고 싶다. 아직 프리킥으로 골을 넣은 게 별로 없어서 데뷔골은 프리킥으로 넣고 싶다. 그래서 프리킥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바람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