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 작업이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자칫 졸속행정으로 전락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지난달 11일 10구단 창단을 전격 승인했다. 7일에는 유치를 희망한 KT·수원과 전북·부영의 창단 신청서 제출이 마감된다. KBO는 이어 20명 안팎의 외부 인사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통해 두 후보를 검증할 예정이다.
KBO는 이달 중순까지 평가위원회의 심사를 마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이사회의 심의와 구단주 총회의 의결을 거쳐 늦어도 1월 말이면 10구단이 최종 결정된다. KBO는 "최대한 빨리 선정 작업을 마쳐야 후보들간 과열 경쟁을 막을 수 있다"고 일정을 서두르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무언가 반대로 진행되는 느낌이다. 하루빨리 결정돼야 했던 10구단 창단 승인은 1년여 동안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반면 창단 후보들에 대한 평가 기간은 불과 1~2주뿐이다. 평가위원회가 턱없이 짧은 기간에 후보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따른다.
수원·KT와 전북·부영 측도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양측 관계자들은 "KBO에 제출해야 하는 창단 신청서 분량이 수백 페이지에 달한다"며 "제출 마감에 쫓겨 일처리가 버거웠다. 시간이 좀더 있었다면 내용을 보완했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모든 평가가 '페이퍼(종이)'로만 이뤄지는 점도 우려가 된다. 평가위원회는 후보들로부터 단 한 차례의 프레젠테이션만 듣는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자신들의 모든 것을 어필해야 한다. 20명의 평가위원들만이 아닌 좀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개 토론이나 공청회는 계획돼 있지 않다.
현장실사도 필요하다. 구장 신축 혹은 리모델링 계획에 대한 현지 답사도 없이 후보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는 것인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할 때 전문가들을 구성해 현장실사를 한다. 이는 평가단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판단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그러나 KBO는 "외압과 청탁 가능성을 고려해 평가위원회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평가위원회가 수원과 전북을 직접 방문하는 현장 실사도 없다"고 밝혔다. '밀실 평가'라는 우려를 피하기 어렵다.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후보들간 과열 경쟁 양상도 드러나고 있다. 수원·KT와 전북·부영은 지난 연말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리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측 모두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지만, 서로를 비방하는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어느 쪽이 10구단 유치에 성공하든 패한 쪽이 쉽게 승복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KBO는 패배한 쪽에서도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좀더 많이 듣고, 오래 봐야 한다. 이미 10구단 창단은 결정이 됐고, 탄탄한 두 곳이 후보로 나섰다. 어느 쪽이 창단 주체가 돼도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 프로야구의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작업에 한두 달은 짧아도 너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