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구단 창단 티켓'은 누구의 이름으로 발권될까. KT·수원과 부영·전북의 10구단 유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7일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창단 가입 신청이 마감된다. 이후 KBO는 20여 명의 외부인사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통해 야구단 운영의 지속성·인프라·안정성·관중동원 능력 등을 살펴 최종 선택을 한다. 양측이 주장하는 유치 전략과 당위성의 허와 실을 5가지 쟁점으로 나눠 집중 분석한다.
수도권 vs 지역 균형
시장성은 KT·수원이 자랑하는 가장 큰 장점이다. 수원시는 인구가 115만 명에 달하고 수도권과 한 시간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이는 프로야구단의 수도권 과밀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미 수도권을 연고로 하고 있는 4개 구단(LG·두산·넥센·SK)에 수원이 더해지면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절반이 수도권에 위치하게 된다. 지역 균형발전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북은 전주(64만명)를 중심으로 인접도시인 군산시(27만명)·익산시(30만명)·완주군(8만명)이 함께 공동연고지를 형성했다. 4개 시·군의 인구가 130만명. 그러나 그동안 공동연고지 개념으로 프로야구단이 운영된 사례가 없었다는 위험성이 있다. 전북은 적극적인 도민의 지원으로 부족한 시장성을 메우겠다고 주장한다.
통신사 라이벌 vs 영·호남더비
연고 지역의 인구는 흥행과 비례할까. 수원은 지난 2002년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인구 1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그해 수원을 연고로 했던 현대 유니콘스의 경기당 평균 관중은 1797명에 불과했다. 팀 역사상 최소 기록이었다. 전북도 상황은 비슷하다. 쌍방울이 1991년 1군에 데뷔된 후 1999년 해체되기 전까지 연평균 관중은 2500명이었다. 때문이 양쪽이 강하게 주장하는 부분도 '흥행'이다.
KT는 기존 SK·LG와 맞물린 통신사 라이벌, 그리고 수도권 팀과의 이른바 '지하철 시리즈'가 주요 골자다. 전북은 KIA(광주)와 마찬가지로 전국에 퍼져 있는 350만 명의 전북도 향우를 바탕으로 어느 팀과의 경기에서도 원정석을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북은 KIA와의 호남더비, 삼성·롯데·NC와의 영·호남더비 등 팬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라이벌 관계 형성도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리모델링 vs 신축구장
KT·수원은 기존 현대가 사용한 수원구장을 29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다. 지난 4일 열린 기공식에서 KT 관계자는 "기존 1만4000석 규모의 관중석을 2만5000석까지 늘리고 스카이박스와 바비큐존 등 편의시설을 넣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원시 시설공사과 관계자는 "(10구단이) 1군에 진입하는 2015년까지 구장을 신축하려면 공사 과정에 무리가 발생할 수 있다. 야구단이 자리잡은 후 신축을 계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축계획을 밝힌 전북도는 2015년 초까지 충분히 완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1999년 2월 착공해 2001년 11월 개장한 전주월드컵경기장과 2008년 완공된 일본 히로시마 카프 홈구장 건설 방법으로 쓰인 패스트 트랙 공법(설계와 공사를 동시에 진행)을 선택했다. 전북도는 새 구장을 올해 6월 착공해 2015년 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원시와 전북도 모두 구단 리모델링과 신축에 필요한 290억원과 1100억원의 예산 집행을 모두 끝내놓은 상황이다.
지하철 vs 버스
수원이 가장 크게 홍보하는 것 중 하나는 지리적 이점이다. 이중 지하철을 이용한 교통의 편리성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수원시 첨단교통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른바 '수원야구장역'이 들어서는 안양 인덕원~수원 복선전철 공사는 빨라야 2019년 완공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상태로 10구단의 1군 진입시점인 2015년과는 차이가 있다. 수원시는 현재 수원역까지 연결된 지하철 1호선을 도시 노면전철로 야구장까지 연결하겠다는 계획도 있지만 완공 시기는 2017년 1월이다. 수원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사당과 강남, 성남과 연결된 버스 노선이 많아 야구장을 이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은 야구장 신축 부지가 호남고속도로 전주IC 근처다. 때문에 타지역에서 경기를 보러온 야구팬들은 구장을 찾기 쉽다. 하지만 정작 전주시민들이 이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특히 전주는 수원과 같은 지하철이 없다. 전북도 문화체육관광국 관계자는 "현재 갖춰진 부지가 (전주월드컵경기장과) 스포츠 타운을 형성해 법정 주차장의 10배 면적을 자랑하고 있다. 그 앞을 경유하는 버스도 하루 300회 정도"라며 "버스를 증차하고 외부에서 오는 관객들을 터미널까지 태워주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라고 밝혔다.
공기업 vs 건설기업
KT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공기업이라는 장점이 있다. 2011년 매출액 22조원과 영업이익 2조원을 달성한 공룡기업이다. 농구·골프·하키 등 스포츠단을 두루 운영한 노하우도 있다. 부영은 건설 등 16개의 계열사와 해외법인 10개를 두고 있으며 2011년 기준 자산 규모는 12조5438억원이다. 규모는 탄탄하지만 위험성이 크다고 평가받는 건설기업이다. 이에 부영 측은 "정확히 말하면 건설기업이 아니고 주택임대업이 중심이 된 금융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기업인 KT는 상대적으로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다. 무엇보다 회장이 3년 임기제여서 지속적인 야구단 운영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07년 현대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경험도 있다. 이에 비해 부영은 총수 일가의 지분이 주식의 70% 정도를 보유하고 있어 의사 결정이 신속하다. 하지만 오너 중심 기업은 야구단 창단 의사를 철회하는 속도도 빠를 수 있어 '양날의 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