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팬들에게 ‘팽’ 당한 무리뉴, 어쩌다 이렇게 됐나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맡는 팀마다 승승장구했던 주제 무리뉴(49) 레알 마드리드 감독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연말을 맞아 휴식기에 들어갔지만 무리뉴 감독에 대한 레알 마드리드 팬들의 비난이 치솟고 있다.
스페인 언론 마르카는 25일(한국시간) 인터넷 설문 조사를 통해 "10만 여명의 투표자 중에 82.4%가 무리뉴 감독의 해임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전날에는 스페인 스포츠지 아스 인터넷판 설문조사에서 무려 93%가 "무리뉴가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을 그만 둘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근 며칠 사이에 절대 다수의 레알 마드리드 팬들이 무리뉴 감독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서 말 그대로 '허수아비 감독'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난 시즌 FC 바르셀로나의 리그 4연패를 저지하며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거뒀던 무리뉴 감독이 7개월 여만에 갑자기 크게 비난받는 지도자로 몰락한 것일까. 일단 팀 주장이자 상징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31)와의 일련의 관계가 문제로 지적된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 22일 말라가와의 리그 17라운드에서 사전 예고없이 카시야스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무리뉴 감독은 "기술적인 사항이었다. 서브 골키퍼인 안토니오 아단의 컨디션이 더 좋았다"며 배경을 설명했지만 팀 동료뿐 아니라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을 정도로 당황스러운 선수 기용을 했다. 이에 스페인 언론은 "최근 카시야스가 무리뉴 감독의 비판에 말싸움을 하면서 질책하는 차원에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10년 넘게 레알 마드리드의 뒷문을 든든히 지킨 골키퍼의 이유없는 제외는 팬들을 더 화나게 했다. 더욱이 팀은 이날 경기에서 2-3으로 패해 1위 추격이 더 힘겨워지며 화를 돋구었다.
잇따른 팬들의 비난에 무리뉴 감독 특유의 거침없는 독설도 화를 부추기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올 시즌 초반 "레알은 팀도 아니다"면서 선수, 구단, 정책 등에 독설을 쏟아냈다. 지난 17일에는 에스파뇰과 16라운드 무승부 이후 "리그 우승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하며 선수들의 사기를 꺾었다. 연이은 사퇴설에 "사임을 생각하지 않았고, 자리를 거정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스페인 언론은 마르첼로 리피 전(前) 이탈리아대표팀 감독을 차기 레알 마드리드 감독 후보로 올리는 등 불안한 입지를 이어가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올 시즌 10승3무4패, 승점 33점을 기록하며 3위에 올라있다. 1위 바르셀로나(승점 49)와는 무려 16점 차나 벌어졌고, 지역 라이벌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승점 40)조차 밀리며 3위로 처졌다. 성적 부진에 이해할 수 없는 선수 기용, 불화설 때문에 무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 감독 부임 이후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