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尹)씨 가문의 명예를 드높인 남자 둘이 있다. 야구 국가대표 윤석민(26·KIA 타이거즈)과 축구 국가대표 윤석영(22·전남 드래곤즈)이다. 둘은 육촌이다. 친사촌지간인 아버지끼리는 가끔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 사이지만, 둘은 제대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다. 지난 14일 일간스포츠 주선으로 서울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처음 만났다.
약속시간보다 15분이나 일찍 온 윤석민은 "비시즌에는 일절 인터뷰를 끊고 휴식에만 집중하는데, 석영이와의 만남이라 나왔다"며 웃었다. 윤석영은 윤석민이 일찍 와 있다는 소리를 듣고는 화들짝 놀라서는 "형보다 늦었네요"라며 헐레벌떡 뛰어왔다. 처음 만나 어색할 것 같다며 걱정하던 둘은 만나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했다. 윤석영은 "석민이 형을 보자마자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며 "역시 피는 통하나보다"고 껄껄 웃었다.
처음 만났는데도 어찌나 잘 통하는지 예정된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겼고, 나중에는 서로 훈훈한 포옹까지 하며 헤어지는 걸 아쉬워했다.
우리는 닮은꼴 육촌
윤석민(이하 민) : 석영이와 만난다고 하니, 어머니께서 우리 둘이 처음 만난 게 아니라고 하셨다. 내가 5살, 석영이가 1살 때 만난 적이 있단다. 어머니는 기억을 한다는데 당연히 나는 기억이 안 난다(웃음).
윤석영(이하 영) : 나도 기억이 날 리 없다(웃음). 석민이 형을 만난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더 많이 궁금해 했다. 아버지끼리는 선산에 벌초하러 갈 때 종종 보고 가끔 술자리도 갖는 친한 사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석민이 형을 꼭 만나보고 싶었다.
민 : 사실 석영이를 알게 된 건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을 다녀온 직후다. 아버지가 축구 국가대표로 광저우에 간 친척이 있다고 말해줬다. 미리 알았다면 광저우에서 인사를 나눴을텐데 많이 아쉬웠다.
영 : 나는 그 전에 형을 알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야구를 하는 친척이 있다고 알려줬다. 그 후, 야구 중계에 형을 나올 때마다 동료들에게 자랑했다. 그렇게 TV에서만 보던 형을 광저우에서 만났는데 너무 반가웠다. 아는 체를 하고 싶었는데, 형이 나를 전혀 모를 것 같아서 그냥 스쳐 지나갔다.
민 : 아버지끼리 친하니 한 번 만날 법도 한데 못 만났다. 아무래도 석영이와 내가 모두 운동을 하기 때문일 거다. 야구를 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숙소 생활을 했다. 명절 친척 모임에는 거의 못 갔다. 프로 선수가 된 후로는 추석엔 경기가 항상 있으니까 구리 집에도 못 간다. 그래서 석영이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
영 : 나도 그렇다. 중학교 때부터 전남 유스팀으로 광양에 내려와 있었기 때문에 명절에는 수원 집에만 가고, 친척 모임은 잘 가지 못했다. 그런데 같은 핏줄이어서 그런지 형 얼굴을 보자마자 너무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민 : 사실 외모는 서로 많이 다르다. 나는 친탁을 했다. 석영이는 외탁을 한 것 같다. 그런데 처음 봤는데 어색하지 않은 게 역시 같은 핏줄이어서 그런가보다. 보니까 체격도 나랑 비슷하다. 나는 184㎝·85㎏이다.
영 : 맞다. 나는 외탁이다. 체격은 아무래도 형이 나보다 낫다. 나는 182㎝·74㎏이다. 나는 별명이 '밥차'일 정도로 잘 먹는데 살이 잘 안 찐다. 회식을 가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기를 먹고, 된장찌개에 밥까지 먹는다. 그리고 입이 심심해서 쿠키 같은 간식을 또 먹는다.
민 : 나도 정말 잘 먹는다. 회식을 가면 나오는대로 고기를 다 먹고 후식으로 냉면까지 먹는다. 동료들이 그만 가자고 할 때까지 먹는다. 나는 라면도 한 번에 5개까지 끓여먹어 봤다.
영 : 내가 좀 밀린다. 나는 라면 4개까지 먹어봤다. 그런데 형은 거기다 밥 말아 먹나? 나는 밥까지 말아서 다 먹는다.
민 : 밥까지는 못 먹었다. 그냥 쌤쌤이라고 하자(웃음). 너나 나나 정말 잘 먹는데 살이 안 찌는 체질인 건 확실하다. 이거 유전인가 보다. 술은 잘 마시나? 나는 주량이 소주 1병 정도다. 그런데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은 20잔 정도 마신다.
윤석영 : 나도 소맥을 좋아한데. 주량은 무한대다. 그냥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마신다. 형이랑 한 번 술을 마셔야겠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사진-=김민규 기자 mg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