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입학 비리 문제가 수면 위로 불거지면서 야구계가 술렁이고 있다. 야구계의 '불편한 진실'이 어디까지 파헤쳐지고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양승호(52) 전 롯데 감독과 정진호(56) 연세대 감독이 검찰에 체포되면서 야구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구계의 입시 비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예전보다는 (입시 비리가) 많이 줄었지만 현장에서 들리는 소문은 여전히 있다"며 "학부모는 아들을 대학에 보내고, 대학도 우수 선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입시 비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행해지고 있다. 그 중 '끼워넣기'가 가장 만연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대학이 좋은 고교 선수 A를 영입하려고 하면, 고교 측은 'A선수 외 몇 명을 더 받아달라'는 제안을 한다. 그렇게 '몇 명'의 대학 입학이 결정되면, 그 부모들은 대학측에 금품을 상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중간책)를 거치는 경우도 있다.
고교 감독들은 대학 감독을 학부모들에게 소개하거나 금품을 대신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대학감독 출신 한 야구인은 "대학 감독들이 고교 선수의 학부모를 직접 만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고교 감독들을 통해 금품이 전달되는 사례가 많다. 고교 감독들이 먼저 (대학 입학을 위해 금품을 주자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야구계가 매년 반복되는 입시 비리를 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구계의 한 관계자는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 걸린 사람만 운이 없었다는 얘기만 나돌고 있다"며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입시 비리 문제가 터져나왔지만 보이는 부분에서만 수사가 마무리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를 두고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논의를 한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야구계 뿐만 아니라 체육계 전체로 봐도 입시 비리는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에는 감사원이 지난해 5∼6월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 관련 대학과 고교를 대상으로 학사운영 및 관리실태를 감사한 결과 체육 특기생 관련 입시 비리를 다수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교과부가 금지한 체육계의 '사전 스카우트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결과 대학 9곳이 5개 종목 선수 72명을 사전 선발했고 여기에 쓴 비용은 29억여 원에 이르렀다. 우수 선수를 입학시키는 조건으로 함께 선발한 '끼워넣기' 학생도 12명이었다.
입시 비리의 뇌관이 터질지 여부는 검찰의 수사 확대 의지에 달려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서울과 부산지역 대학 야구부 전·현직 감독 4명과 인천지역 고교 야구부 감독 2명 등 모두 10여 명을 기소했다. 이 중에는 프로야구 선수 출신 대학·고교 야구부 감독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될 경우 다수의 야구 인사들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