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희 감독님을 잘 보좌하지 못해 착잡하다. 그래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목표는 무조건 1부리그 진입이다"
광주는 6일 감독선임위원회를 개최해 계약 기간을 1년 남겨놓고 자진 사퇴한 최만희 전(前) 감독의 후임으로 여범규(48) 수석코치를 선임했다. 여 신임 감독은 1986년부터 7시즌동안 대우 로얄즈에서 뛰며 141경기 11골·8도움을 기록하고 맹활약했다. 1985년부터 5년간 국가대표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서울올림픽, 아시안컵 대표로도 활약했다. 1993년에 현역 은퇴를 하고 고교팀 감독을 맡았던 여 감독은 광양제철고에서 전국 대회 3관왕, 울산 현대고에서 고교클럽 챌린지리그, 대통령금배 우승 등을 일궈내며 능력있는 지도자로 인정받았다. 그는 지난해에 광주 창단 수석코치로 일하며 최만희 감독을 보좌하다 3년만에 첫 프로 감독을 맡게 됐다.
감독직에 올랐다는 통보를 받은 여 감독은 기쁨보다는 무거운 마음이 더 앞섰다고 했다. 수석코치로서 광주가 사상 첫 2부리그 강등이라는 아픔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여 감독은 7일 일간스포츠와 전화 통화에서 "최만희 감독님이 정말 우리 팀에 헌신적이고 열정적이었다. 나도 많이 배우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열매를 못 맺어서 내 입장에서는 매우 착잡하고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감독직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여 감독은 "강등으로 인한 책임의 한 부분이 있었는데 좋게 보면 재신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휘봉을 잡은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 감독에 대한 광주 구단, 선수들의 신뢰는 두텁다. 강등이 확정됐던 지난달 29일 여 감독은 최 감독을 대신해 팀 훈련을 진행했다. 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잘 추스른 여 감독은 2012 시즌 최종전 전남과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준영 광주 사무국장은 "광주를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가 새 감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은 여 감독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광주는 쇄신보다는 안정을 통해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내년 시즌 1부리그 진입에 도전하려 하고 있다.
여 감독은 올 시즌을 결산하면서 "공·수가 맞지 않은 팀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하위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인천 유나이티드를 예로 들면서 광주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인천에는 수비 정인환, 미드필더 김남일, 공격 설기현이라는 중심 축을 맡은 선수들이 있다. 그런데 우리한테는 그런 선수들이 없었다. 젊은 선수들이 많아 신선했지만 오히려 위기 관리 능력이 떨어졌다"면서 "공격과 수비 모두 다 어울릴 수 있는 팀이 돼야 좋은 팀이다. 선수 전원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팀을 내년에는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여 감독은 "보다 빠른 생각, 보다 빠른 패스, 보다 빠른 움직임" 등 '빠른 축구'를 강조했다.
2부리그 강등으로 광주는 선수 운영에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재정난 때문에 주축 선수들의 이탈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여 감독은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이고, 잘 뽑는 것이다"면서 "이탈 선수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선수 영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10일 열릴 신인 드래프트에 좋은 선수들을 뽑겠다"며 선수 보강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그는 "패기도 있고,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팀을 만들겠다. 당연히 목표는 이기는 축구를 하는 것이고, 무조건 1부리그에 진입하는 것"이라면서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