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36)이 가족들에게 물었다. "전학도 가야하고, 당신(아내)도 낯선 곳으로 가야하는데 괜찮겠어?" 가족의 뜻은 확고했다. "아빠가 야구를 잘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아요." 이호준이 '젊은 NC'의 중심에 선다.
NC는 17일 이호준과 3년 최대 20억원에 FA(프리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했다. 16일까지 원소속구단과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이호준은 17일 NC와 첫 만남에서 계약서에 사인했다. SK는 2년 최대 12억원을 제시했다. 계약기간부터 이견이 있었다. NC는 더 적극적으로 나섰고, 이호준의 마음을 얻었다. 이호준은 "첫 만남에서 '우리는 이호준이 꼭 필요하다. 이호준이라는 선수를 높게 평가한다. 꼭 우리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라는 세 마디를 먼저 하시더라. '내가 원하는 팀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창단한 NC는 2013년부터 1군에서 뛴다. 사실상 신생팀. 이호준은 2000년 SK의 창단멤버로 등장했다. 1994년 해태(KIA 전신)에 입단해 6년을 뛰었지만 SK 창단멤버로 영입돼 12년을 인천에서 보냈다. 인천은 그의 야구인생을 새로 시작한 제2의 고향이다. 한국 프로야구 9번째 심장, NC에서 이호준은 또 다른 인생을 설계한다. 창원은 그에게 세 번째 고향이 됐다.
-12년동안 뛴 SK를 떠나 NC와 계약했다.
"정든 팀을 떠난다.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아쉬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NC가 나를 더 필요로 했다. 내 결정에 후회는 없다. 오늘(17일) NC와 처음 만났는데 ''우리는 이호준이 꼭 필요하다. 이호준이라는 선수를 높게 평가한다. 꼭 우리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라는 세 마디를 먼저 하시더라. 내가 그토록 원하던 말이었다. 이런 팀에서 뛰고 싶었다. 돈을 떠나서 내가 필요한 곳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NC는 신생구단이다. 베테랑 타자로서 할 일이 많을텐데.
"그렇다. 할 일이 무척 많을 것 같다. 일단 FA로 영입해 준 NC를 위해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 프로구단에서는 고참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팀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솔선수범하겠다. 아무래도 NC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으니, 프로에서 오래 뛰어온 내가 신경쓸 부분이 많을 것이다."
-2000년 SK도 신생팀이었다.
"SK의 창단멤버였다. SK가 지금의 명문팀이 되는 과정을 통해 나도 많이 배웠다. 좋은 선배님들을 만났고, 야구와 경기 외적인 부분에 많은 도움을 얻었다. NC가 명문 구단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김경문 감독이 이호준 영입을 원했다고 하더라.
"무척 감사드린다. 김경문 감독님은 한국에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한 명감독님 아니신가. 감독님께서 원하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해 따라가겠다."
-SK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FA 결과가 발표된 후 SK 후배들과 전화통화를 했다. SK 후배들 덕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후배들이 나를 잘 따라줬고, 나도 후배들에게 배웠다. 정말 즐겁게 야구했다. 우승의 기쁨도 누렸다. 다른 유니폼을 입었지만 우린 다같은 야구선수 아닌가. 경기장에서, 사석에서 만나서 더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다. 후배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가족들도 정든 인천을 떠나는데.
"오늘 가족들에게 '내가 NC로 가면 전학도 가야하고, 아내도 낯선 곳에서 살아야 하는데 괜찮겠나'라고 물었다. 아이들이 '아빠가 야구 잘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하더라. 애들이 이렇게 컸다. 아내도 내 결정을 존중해줬다. 더 좋은 남편, 아버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