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수종(50)이 18년 만에 영화에 출연했다. 18년이란 시간도 그렇지만 개런티를 받지 않고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해 화제다. 사정을 좀 더 파악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최수종의 출연작은 22일 개봉하는 ‘철가방 우수씨’(윤학렬 감독). 70만원의 월급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등 나눔을 실천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실존인물 고 김우수씨의 삶을 다룬 영화다. 김우수씨의 삶에 감동을 받은 최수종이 ‘꼭 만들어져야할 영화’라는 생각으로 참여했다.
현재 최수종은 KBS 대하사극 ‘대왕의 꿈’ 촬영과 최근 일어났던 낙마사고로 활동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영화 홍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애착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영화 찍을 기회가 없었나.
“사실 기회는 많았다. 하지만 그 때마다 드라마와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 찍을 수가 없었다. 마침 이번 작품은 내가 여기에만 몰두할 수 있을 때 제의가 들어왔다.”
-이 작품을 택한 이유는.
“아내 하희라와 ‘철가방 우수씨’의 제작자가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동문이다. 그 분에게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데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라. 세상에 우수씨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다. 영화 자체로도 아이들과 손잡고 보러 갈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될 거라 생각했다. 아내도 ‘이런 작품이 있어 다행’이라며 권했다.”
-오랜만의 영화촬영장은 어땠나.
“정신없이 바쁜 드라마 촬영만 하다가 영화촬영장에 왔더니 여유있게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어 좋더라. 한 컷을 찍고 난 뒤에도 모니터를 하자며 내 의자까지 마련해두고 부르더라. 하지만 많은 스태프들이 기다리고 있는 게 미안해 한번도 앉지 않았다. 그래도 대우받는 듯한 기분은 좋았다. 앞으로 영화 출연제의가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웃음)”
-노개런티로 참여했지만 수익이 나면 러닝개런티를 받는 걸로 알고 있다.
“수익이 생긴다면 꼭 나눔을 실천하자고 제작사와 미리 협의를 마쳤다. 내 개런티 부분은 온전한 기부가 될 것 같다.”
-공약 하나 걸어보자. 무사히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면 뭘 할건가.
“화제가 되고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됐다면, 일단 1차로 아내 하희라와 함께 짜장면 1004 그릇을 쏘겠다. 그 뒤에도 좋은 일이 있다면 또 다른 일로 보답하겠다.”
-극중 오토바이 배달 장면이 인상적이다.
“원래 오토바이에 관심도 많았다. 그런데 철가방을 들고 타는 건 쉽지 않더라. 예전에 한 오토바이 회사에서 국내 최초로 650cc짜리 바이크를 만든 적이 있다. 당시 그 회사에서 내게 홍보대사 역할을 해달라며 1호 바이크를 줬다. 그걸 덥석 받아왔다가 아내에게 엄청 혼이 났다. 위험하다는 게 이유다. 아쉬웠지만 오토바이가 꼭 필요한 분께 선물로 드렸다.”
-‘대왕의 꿈’ 촬영 중 낙마사고를 당했다. 부상 부위는 어떤가.
“사실 많이 안 좋다. 겉보기엔 멀쩡한데 뼈 안 쪽에서 인대가 끊어져버렸다고 하더라. 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2개월간 깁스를 하고 2개월을 더 쉬어야 한다. 지금 박주미도 교통사고로 힘든 상황에 처했는데 나까지 수술을 하면 ‘대왕의 꿈’은 이대로 방송을 끝낼 수 밖에 없다. 레이저치료에 근육재생주사를 맞으며 버티고 있다. 촬영할 때는 멀쩡한 듯 보이다가 컷 소리와 함께 고통을 느끼곤 한다.”
-말을 그렇게 잘 타는 사람이 떨어지다니 놀랐다.
“맞다. 내가 말은 좀 잘 탄다.(웃음) 안 그래도 최수종이 낙마했다니 다들 믿지를 않더라. 위험한 장면인데 하는 척만 하는 게 싫어서 몸을 말에 묶어 촬영하다가 줄이 끊어지면서 사고가 났다.”
-증권가 정보지에 이혼위기라는 말이 나왔는데.
“그 말 듣고 크게 웃었다. 친구들이나 이웃들도 ‘무슨 일 있냐’며 묻더라. 낙마사고에 앞서 차량이 심하게 부서지는 큰 사고를 당하기도 했는데 이런 루머까지 나와 ‘사탄이 괴롭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싸울 수도 있을텐데 그런 일 때문에 이혼설이 나온 건 아닐까.
“우린 여전히 사이가 좋다. 인터뷰 장소에 오기 전 함께 교회를 갔다가 헤어진 지 두어 시간 밖에 안 지났는데 지금도 내 전화기에는 아내가 보낸 문자가 몇 통이나 있다. 평소에도 하느님 말씀을 주고받는 중에 하트 이모티콘과 함께 ‘보고싶다’는 말을 주고받곤 한다.”
-아내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적인가.
“마음이 예쁘다. 나를 열심히 챙기면서도 내 부모님을 더 끔찍히 위한다. 나 역시 장인·장모님을 각별히 챙기려고 노력한다. 원래 얼굴 예쁜 건 오래 안 간다. 그 뒤부터는 마음이 보이는 법이다.”
-‘닭살부부’로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은.
“이런 말 하면 또 남자들한테 욕을 먹을텐데. 요즘 여자들은 사회생활을 하고 또 가사도 돌본다. 여러 면에서 남자보다 여자의 역할이 크다. 그러니 여자들에게는 잘해줘야 한다. 그런 마음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