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6일)처럼 경기하면 누가 삼성화재를 막겠습니까." 이경석 LIG손해보험 감독은 6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 경기를 마친 뒤 아쉬워했다. 이 감독의 말처럼 '삼성화재 대세론'이 다시 대두됐다. 겨우 2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이같은 평가가 나온 것은 삼성화재의 새 외국인 선수 레오(22·2m6㎝) 때문이다.
개막 전까지 레오에 대한 평가는 박한 편이었다. 3년 연속 팀의 우승에 1등 공신이 됐던 가빈(26·이스크라 오딘소보)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레오의 위력이 드러났다. 레오는 3일 홈 개막전인 러시앤캐시와 경기에서 51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6일 경기에서는 올시즌 최고 외국인선수로 지목된 까메호(26·LIG손보)와의 맞대결에서도 36점을 올리며 완승을 거뒀다. 삼성화재는 우승후보로 꼽히던 LIG를 3-1로 이기고 2연승을 질주했다.
레오의 장기는 점프력을 살린 타점 높은 강타다. 스파이크 높이가 365㎝인 그는 3인 블로킹이 동시에 떠도 겁내지 않고 블로킹 위쪽에서 때려낸다. 수비와 리시브는 다소 약하지만 서브도 강력하다. 레오는 LIG전에서 승부처인 3세트 16-18에서 강력한 서브로 상대를 흔들어 연속 4점을 따내게 만들었다. 삼성화재 주장 고희진은 "가빈이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하면 레오가 낫다"고 말했다.
레오가 무서운 점은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처음 레오를 봤을 때 기대에 못 미쳐서 실망했다. 그런데 여오현에게 물었더니 '배구이해도가 높다'고 하더라"며 "배구를 잘 알고 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고희진은 "예를 들어 서브를 넣을 때 어떤 포메이션으로 넣으면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 지 자기가 생각해서 얘기한다. 두 수, 세 수 앞을 내다보는 것이다. 이런 외국인선수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가족을 부양해야한다는 절박함도 있다. 쿠바 출신인 레오는 이미 결혼을 해 아내와 두 아들이 있다. 집에 형제도 여럿 있어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신치용 감독은 "레오가 삼성에 들어온 지 2주 정도 됐을 때 운동장을 돌라고 하자 4바퀴 돌더니 '아프다'고 해서 크게 혼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팀이다. 하기 싫으면 짐싸라'고 크게 혼을 냈다. 30~40분 정도 싸운 적도 있다. 그랬더니 '자신은 가족이 있어서 배구를 해야한다'면서 열심히 훈련에 참여하더라. 설악산 대청봉도 5시간이나 뛰었다"는 일화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