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43) LG 감독이 굳게 닫혀 있던 말문을 열었다. 김 감독은 13일 잠실 SK전에 앞서 전날(12일) 발생한 이른바 '투수 신동훈 대타 사건'에 대해 "감독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LG는 9회말 0-3으로 뒤진 마지막 공격 때 5번 박용택을 빼고 고졸 신인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내보내 전후 사정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신동훈은 단 한차례도 스윙을 하지 않으며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났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특히 김 감독은 방송 카메라에 조계현 수석코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상기된 얼굴로 화를 참지 못하는 장면까지 잡히기도 했다.
경기 후 여타의 코멘트도 없이 전화기까지 꺼놨었던 그는 "파문이 일어날 것을 알고도 그랬다"고 운을 뗐다.
-왜 그랬나.
"감독으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9회 선두타자로 최동수를 대타로 내보냈을 때까지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게 야구 아닌가. 하지만 1사 이후 SK가 왼손 박희수를 내리고 오른손 이재영으로 교체하는 것을 보고 죽어가는 선수를 다시 살려놓고 다시 죽이는 느낌이 들었다."
- 그게 무슨 의미인가.
"이재영으로 교체하는 순간 타자가 왼손 이진영이었다. 왼손 박희수를 내리고 오른손 이재영을 올렸다는 것. 생각을 한번 해봐라. 어떤 게 더 확률이 높은지. 장난을 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를 하는 사람들은 다 전문가 아니겠나. 경기가 끝난 후에도 선수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못하며 상대가 이렇게 하겠나. 오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재영이 올라온 게 마음에 걸렸나.
"박희수로 끝까지 경기를 끝냈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파문이 커지고 있는데.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 조계현 수석코치가 말렸던 것도 다 이 때문이다. 하지만 농락당하는 건 싫었다. 지금까지 60여 패를 하면서 경기가 끝나면 항상 마음속으로 상대방에 박수를 보냈었다. 하지만 어제는 아니었다."
-SK와 이전 경기에도 문제가 있었던 건가.
“어제 일만 가지고 그렇게 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
-박용택을 빼고 신동훈을 올렸는데.
"박용택 같은 우리 팀의 슈퍼스타가 그런 상황에서, 상대가 세이브를 하는데 올라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신동훈은 팀의 막내인데 미안하다."
- 경기를 뒤집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은 안했나.
"다른 때 같았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를 뒤집지 못하면 상대방에게 일침을 가하지 못하는 거 아닌가."
- 사태에 대해 책임질 각오를 한 건가.
"그렇다."
- SK 구단 쪽에서는 오해라고 하지 않겠나.
"그건 SK의 생각 아니겠나. 내 입장을 말한 것뿐이다."
- 경기 후 수석코치와 무슨 얘기를 했나.
"이렇게 파장이 커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미안하다. 하지만 개인의 욱하는 성질을 가지고 벌인 일은 아니었다."
- 어제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미안하지 않나.
"정말 죄송하다. 하지만 죄송한 것을 알고도 그것을 했을 때는 그 감독의 마음이 어땠겠나."
-선택을 후회하지 않나.
"비판이 있고 그러지만 팀의 수장으로서 선수를 보호하고 키워야하는 책임이 있다. 후회할 거 같았으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