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의 무대의상으로 치렁치렁한 드레스나 반짝이 재킷을 떠올린다면 한참 감 떨어지는 구세대란 소리듣기 딱 좋다. 예전엔 '무대 의상입고 왔니?'가 '왜 이렇게 오버했냐?'는 비난의 의미였지만, 이젠 시대가 달라졌다. TV속 걸그룹들이 백화점 쇼윈도에서 뛰쳐나온 듯 최신 패션트렌드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무대의상이지만 과하지 않아 조그만 톤다운 시키면 실생활에서 활용해도 무리가 없을만큼 트렌디하고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TV속 걸그룹 만큼 마네킨 몸매는 아니어도 그들의 스타일을 훔치고 싶은 건 여성들의 한결같은 욕심. 한창 잘나가는 걸그룹 '잇걸'들의 스타일링 포인트를 따라잡았다.
▶씨스타의 마린룩
올여름 피서지를 강타한 마린룩이다. 10~20대 여성들이 너도나도 씨스타 마린룩에 도전했다. 마린룩의 포인트는 시원한 느낌의 스트라이프 셔츠나 원피스로 찜통 더위를 날릴 청량감을 주는 것. 씨스타는 '나혼자'에서 몸에 딱 붙는 섹시한 미니드레스를 입어 절제된 섹시미의 극치를 보여주더니 여름 노래 '러빙유'에서 마린룩을 들고 나오며 청순한 여성다움을 강조했다. 씨스타의 무대 의상을 그대로 입고 당장 해변가 리조트로 달려가도 좋을 만큼 계절적인 특성에 딱 맞는 아이템이다.
멤버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었다. 효린은 체크 패턴의 블라우스에 화이트 쇼트팬츠, 혹은 상하의가 붙은 점프수트를 입었다. 쇼트팬츠 덕분에 건강미 넘치는 각선미는 더 도드라졌다. 코디네이터 김민 실장은 "편안한 팬츠에 어울리게 하이힐이 아닌 웨지힐 슈즈를 신었고, 챙이 좁은 스트로햇을 써 활동성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하얀 얼굴의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다솜은 미니원피스를 입어 가녀린 몸매를 더 하늘하늘하게 만들었다. 다솜의 옷만 봐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는 느낌이 들 정도. 흰 면소재에 블루 스트라이프로 청량감이 업그레이드 됐다.
▶디유닛의 힙합룩
티아라 보람의 동생 우람이 소속돼 데뷔부터 화제가 된 여성 3인조 디유닛은 데뷔곡 '아임 미싱 유'에 맞게 걸즈힙합 룩을 선보이고 있다. 홍대나 강남의 물좋은 힙합 클럽에 당장 입고 가도 될만큼 무겁지 않고 캐주얼 하다. 섹시·큐티를 강조한 걸그룹 가운데서 보이시한 매력을 보여주며 차별화에 성공했다.
기본 스타일은 프린트가 큰 티셔츠에 스키니진이나 배기팬츠를 입어 보이시한 느낌을 주는 것. 여기에 팔찌·목걸이·벨트·반지 등 볼드한 액세서리를 착용해 힙합스런 느낌을 팍팍 준다. 유의할 점은 티셔츠와 팬츠의 컬러를 최대한 단순화 하는 것이다. 스타일리스트 정세나 실장은 "볼드한 액세서리를 한데다 의상까지 컬러풀하면 자칫 요란하고 유치해 보일 수 있다"면서 "보이시하고 시크한 느낌을 주기 위해 블랙앤 화이트로 색깔을 최대한 단순화 한다"고 설명한다. 디유닛 힙합룩의 완성은 운동화. 남성적인 느낌의 파워풀한 군무 때문에 하이힐을 신을 수 없어 단신으로 보일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운동화를 고수한다. 정 실장은 "일반인들이 평상시에 스타일링을 할 때도 운동화를 착용할 거라면 색깔들이 단절되는 느낌이 없도록 최대한 심플한 컬러의 옷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EXID(이엑스아이디)
유명 작곡가 신사동호랭이가 키우는 걸그룹 이엑스아이디는 신곡 '아이 필 굿(I Feel Good)'에서 최신 유행의 키치룩을 선보인다. 패션피플이 아니라면 다소 생소할 '키치룩'은 빅뱅·2NE1·f(x)·포미닛 등이 선보여 10대들 사이에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핫 트렌드. 기하학적인 프린트·구멍난 레깅스와 블링블링한 액세서리 등은 모두 키치룩의 대표 아이템들이다. 비싼 명품 보다는 자칫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는 튀는 아이템들을 섞어 새로운 느낌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것이 특징. 어떤 핫한 장소에 가서도 기죽지 않을, 자신만의 유니크한 개성을 살리는 게 강점이다.
멤버 중 하니가 가장 전형적인 키치룩을 표현했다. 볼드한 액세서리에 강렬한 프린트의 셔츠와 레깅스로 포인트를 줬다. 막내 정화는 여성스런 외모에 맞게 원피스를 입어 발랄하고 경쾌한 10대 키치룩을 완성했다. 김신정 실장은 "키치룩의 핵심은 평범함을 거부하고 튀는 액세서리나 과감한 패턴, 독특한 프린트 등으로 유머러스하고 장난기 있는 개성을 표현한다"면서 "격식을 갖춰야할 곳이 아니라면 일상생활 언제나 활용이 가능한 최신 유행 룩"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키치룩 초보자라면 모든 아이템에 포인트를 줬다가는 유치찬란한 '초딩패션'으로 갈 수 있다. 자신이 없다면 딱 하나의 아이템에만 포인트를 주는 센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