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유도 66㎏급의 메달 기대주 조준호(24·한국마사회)가 심판의 판정 번복으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조준호는 29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에비누마 마사시(일본·랭킹 4위)와 연장 접전 끝에 판정승을 거뒀지만 주심의 승리 선언 직전, 심판위원장의 개입으로 판정이 에비누마의 승리로 번복돼 오히려 판정패를 당했다.
▶연장전 직후 조준호 판정승 5분 본 경기에서 승패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 3분까지 치렀다. 연장전 종료와 함께 조준호는 승리를 예감한 듯 두 손을 치켜들고 흥분했다. 마지막 공격을 시도했던 에비누마는 매트에 잠시 누워있다가 일어났다. 분위기는 조준호 승리였다. 그리고 심판 3명이 모두 조준호의 도복 색깔인 청기를 들어올리며 조준호의 3-0 판정승을 선언했다. 그러나 그 때 후안 카를로스 바르코(스페인) 심판위원장이 판정을 멈추라는 지시를 내렸다. 강동영 대한유도회 사무국장에 따르면 주심이 조준호의 승리를 선언하기 직전 심판위원회에서 판정을 멈추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비디오 판독 후 판정 번복 한참동안 비디오 판독에 나선 바르코 심판위원장은 심판 3명을 불러 얘기를 나눈 뒤 재판정을 지시했다. 이어 심판 3명은 한데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각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주심은 매트 한가운데. 두 명의 부심은 코너 의자에 앉았다. 결국 3명의 심판들은 모두 에비누마의 도복 색깔인 백기를 들어올리며 에비누마의 승리로 판정을 번복했다. 강동영 사무국장은 "연장전에서 에비누마가 기술을 건 이후 소극적으로 경기에 나서 심판들이 조준호의 승리를 선언한 것으로 보였다"며 "판정이 내려진 것을 뒤바꾼 것은 처음 봤다"고 밝혔다
▶한국의 항의 판정이 뒤바꾸자 한국측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강동영 사무국장은 "경기가 끝난 후 김정행 회장이 심판위원회, 집행위원회에 계속 항의를 했다"고 말했다. 정훈 대표팀 감독은 현장에서 본지 기자와 전화통화로 "3-0 판정이 나왔는데, 유도에서 이런 경우(판정 번복)가 없다"며 "유도회에서 어떤 대응을 할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처음 당한 일이라…. 유도가 생긴 이후에 이런 일은 없었다.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수영처럼 항소 제기 안될까 강동영 사묵구장에 따르면 유도는 수영과 다르다고 한다. 문서를 통한 공식적인 항소 절차가 없다고 한다. 그는 "구두로만 항의한다. 수영과 유도는 다르다. 유도는 경기장 안에서 최종 판정이 내려지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조준호의 판정 번복은 각 대륙별 심판위원장으로 구성된 심판위원회의 한 위원이 판정에 문제가 있다고 위원장에게 건의했고, 이를 위원장이 수락하면서 비디오 판독을 하기에 이르렀다.
강 사무국장은 "유도 규정에도 경기장 안에서의 모든 권한은 심판에게 있는 것으로 돼 있다"며 "3명의 심판이 합의를 내린 판정을 가지고 비디오 판독을 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판위원회는 주심이 최종 판정을 내리기 전에 이의 신청이 들어온 만큼 판정 번복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심판 고유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거듭 안타까워했다.
한편 국제유도연맹(IJF)의 니콜라스 메스너 대변인은 조준호의 8강전 판정 번복에 대해 "심판진의 판결을 뒤엎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경기는 매우 치열했고 우리는 정확한 승자를 가려내길 원할 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