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예능' 전성시대다. 최근 '히트작'이라 불릴만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은 대부분 남자 출연자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MBC '무한도전'과 KBS 2TV '해피선데이'의 두 코너 '1박2일' '남자의 자격'이 대표적인 예다. SBS '일요일이 좋다'의 '런닝맨' '정글의 법칙'도 남자 출연자들이 이끄는 프로그램이다. KBS 2TV '개그콘서트'에도 '남초현상'이 두드러진다. 반면에 MBC '무한걸스'와 KBS 2TV '청춘불패' 등 여자출연자 위주의 예능프로그램들은 형편없는 시청률과 함께 혹평을 듣고 있다.
▶야외형 리얼버라이어티 인기에 여자출연자 갈 곳 없어
예능프로그램에 '남자세상'이 열린 건 야외형 리얼버라이어티가 큰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몸을 던져 웃음을 주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부각시켜야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여자출연자보다 남자출연자의 비중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현재도 지상파 주요 예능프로그램 중 무려 8편이 리얼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다. 자연스레 남자예능인들의 활동이 부각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예는 '1박2일'이다. '야생 버라이어티'라는 수식어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각 고장의 명소와 먹거리 등을 소개하고 야외취침까지 불사하며 자연스러운 재미를 줘 '국민예능'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길 위에서 남자 멤버들끼리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부대끼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이 프로그램이 가진 재미요소다.
한 술 더 뜨는 프로그램은 '정글의 법칙'이다. 아예 오지로 찾아가 사냥을 하고 맨 땅에서 노숙을 한다. 여자출연자가 범접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바누아투 편에 박시은이 합류해 다양한 재미를 주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출연은 이뤄지지 못했다. 특집으로 여자출연진으로 구성된 '정글의 법칙'이 제작돼 신선한 재미를 준 것도 사실. 그러나, 진정성있는 방송이라기보다 적당히 흉내만 내는 이벤트에 그쳤다. 여자출연자들만 오지에 남겨둔채 물 한모금 주지않고 살아보라고 하는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기획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런닝맨'도 여자출연자에게 불리한 프로그램. 뛰어다니면서 미션을 수행하는 설정이라 체력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물론, 송지효처럼 캐릭터를 확고하게 굳힌 여자출연자도 있다. 하지만, 여자출연자들의 비중이 높아질 경우 남자들이 뛰어다닐 때보다 속도감이 떨어져 재미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1박2일' 시즌2를 연출하고 있는 최재형 PD는 "리얼버라이어티는 출연자 스스로 자신의 고정된 이미지를 깨는 작업을 해야만 한다. 날것의 모습 그대로가 부각될수록 더 큰 재미가 나오는데 이런 면에서 여자연예인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체력이 받쳐줘야하는 프로그램의 경우엔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개콘'에도 남초현상, 김원희도 예전같지 않아
예능계 '남초현상'은 리얼버라이어티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스튜디오 토크쇼나 공개코미디쇼에서도 남자연예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난 15일 '개그콘서트'에서 선보인 코너 '희극 여배우들'은 아예 이런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웃음으로 승화시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개그콘서트'에는 눈에 띄는 여자스타가 없다. '네가지' '아빠와 아들' 등 인기코너는 전부 남자 위주로 진행된다. 그나마 신보라가 유일하게 주가를 올리며 여자개그맨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안영미·강유미 등 여자개그맨들이 이끌던 '분장실의 강선생님'이 최고의 코너로 꼽히던 과거와 현저하게 달라진 분위기다.
중년 여자출연자들의 화려한 입담으로 큰 인기를 누리던 MBC '세바퀴'도 예전같지 않다. 터줏대감 조혜련이 빠지면서 이경실 등 함께 호흡을 맞추던 여자출연자들의 팀워크도 시들해진 느낌이다. 또, 메인급 MC로 두각을 보이던 김원희도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등이 저조한 성적을 보이면서 최근 침체기에 빠졌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SBS '고쇼'를 진행중인 고현정도 정형돈과 윤종신 등 예능계에서 잔뼈가 굵은 보조MC들의 도움 덕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방송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을 리얼버라이어티 붐에서부터 시작된 일종의 '나비효과'라고 보고 있다. 리얼버라이어티의 역동적인 재미에 중독된 대중들이 여자 예능인들이 보여주는 아기자기한 웃음에 만족하지 못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무한도전'의 컨셉트를 그대로 차용한 '무한걸스'가 주말 지상파 황금시간대에 전파를 타면서도 1%대의 어이없는 시청률을 기록한게 이런 사실을 증명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