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라 불렸던 SBS 수목극 '추적자'가 허술한 전개로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 와중에 연장설까지 나와 '억지 늘이기'로 용두사미가 될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적자'는 긴장감 넘치는 각본과 손현주(백홍석 역)·김상중(강동윤 역) 등 중견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5월 28일 첫방송과 동시에 방송계의 화제로 떠올랐다. 주중 미니시리즈로서는 이례적으로 톱스타 캐스팅 없이 완성도로 정면승부를 펼쳐 방송계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4분의 1 지점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문제점들을 드러내며 몰입도를 떨어트려 아쉬움을 주고 있다. 가장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부분은 수차례에 걸친 손현주의 탈출과정이다. 첫번째 '문제적 장면'은 5회에 등장한 손현주의 검찰청 탈출신.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호송경찰에 둘러싸인 손현주가 수갑을 풀어버리고 격투 끝에 검찰청을 빠져나오는 과정이 묘사됐다. 법정에서 총기살인을 저지른 중죄인이 일반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단 몇 차례의 격투 끝에 검찰청을 빠져나가는 허술한 묘사로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이어질 손현주의 복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면서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장치로 인식돼 면죄부를 받았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에도 몇차례나 이런 식의 느슨한 탈출장면이 이어졌다는 것. 대표적인 예가 10회에 등장한 손현주와 김상중의 권총 대치신이다. 경호원과 수십명의 사진기자를 동원한채 공식행사에 나선 대통령 후보 김상중 앞에 손현주가 권총을 들고 걸어와 가시돋친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으로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설정으로 쓰였다. 하지만, 경호원으로부터 총을 맞은 손현주가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유유히 자리를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이는 등 촘촘하지 못한 연출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방송후 시청자 게시판에도 '바쁘게 촬영되는 드라마라 이해하려고 해도 너무 어설픈 장면'이라는 내용의 혹평이 올라왔다.
11회의 병원 탈출신도 지적대상이다. 박근형(서회장)의 감시하에 치료를 받고 있던 손현주가 동료들의 도움으로 빠져나가는 과정이 어설프게 묘사됐다. 경비원을 제압하고 추격을 따돌리는 과정이 마치 아동극을 보는 듯 손쉽게 그려져 문제가 됐다. 치밀하게 그려지고 있는 박근영과 김상중의 신경전에 비해 헛점이 너무 많아 극 전체의 밸런스를 무너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관계자들은 '초반부에 너무 빠른 전개를 보여준후 이야깃거리가 떨어진 게 문제'라고 원인을 집어냈다. 총 20회를 끌어나가기에는 소재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탈출신의 경우에도 방송횟수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내다보니 밀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맥빠진 편집도 드라마의 긴장감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그 외에도 1급 지명수배자감인 손현주가 아무렇지않게 자신의 연고지 일대를 배회하고 가족들의 유골이 안치된 봉안당을 방문하는 등의 장면도 '옥의 티'로 불렸다.
한 외주제작사 PD는 "초반에는 연출과 극본, 또 배우들의 연기력 등 3박자가 딱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중반을 넘어서면서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 들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