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영은 KBS 1TV '미우나 고우나''내 사랑 금지옥엽', MBC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등에 출연하며 커리어를 쌓았다. 하지만 작품마다 안하무인 재벌 외동딸 역할만 연기해 부작용이 심했다.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 '악녀 전문 배우' 낙인이 찍혔다.
유인영에게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활동을 잠시 쉴 생각도 했다. 하지만 SBS '바보 엄마'에서 김태우와 김현주 사이를 갈라놓는 못된 내연녀 역할을 또 맡았다. 좋은 연기를 하고도 손가락질 받는 캐릭터. 변신을 택할 시기에 악수를 뒀다는 지적이 따랐다. 성장과 정체의 기로에서 안정만을 쫒은 것은 아닌지 유인영에게 물었다.
-종영 소감은.
"촬영하기 1년 전부터 슬럼프가 왔다. 배우 유인영이 정체돼 있다는 생각이 드니 매사 의욕이 없더라. 1년 정도 쉴까 생각을 하다가, '바보 엄마' 캐스팅 제안을 받았는데 사실 하기 싫었다. 또 악녀 연기를 하는 것에 부담감이 있었다. 근데 생각을 고쳤다. 현장에 가니 내가 막내였고, 자연스럽게 초심이 떠올랐다. 하희라·김태우·신현준 등 선배 연기자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악녀 연기는 싫었지만 기회는 또 있을 것으로 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극 초반에 김태우 선배하고 닭살 연기를 할 때가 기억에 남는다. 서로 너무 어려워서 손발이 오글거렸다. 출연하는 모든 배우에게 미움을 받는 역이라는 점도 힘들었다. 현주 언니와 대립하다가 남편하고도 거리가 멀어졌다. 연기를 하면서 외로웠다."
-함께 연기한 김태우가 이상형이라고.
"신인 때부터 이상형이었다. 감독님이 날 캐스팅하고 '이번 작품에서 네 소원 한 번 풀어 줄께'라고 하셨는데 같이 연기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 번은 선배가 '왜 내가 이상형이냐'고 물었다. 작품을 보고 반했다고 생각했나본데, 사실 SBS '야심만만'에서 조리있게 말씀하시는 모습이 좋았다. 아마 실망하셨을 거다. 하하."
-아직 대표작이 없다.
"최근 내 커리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경력이 적은 것도 아닌데, 대표작으로 꼽을 만한 작품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문제의 해답은 찾지 못했다. 이것저것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가리지 않고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대표작도 생길 것이다."
-악녀 역할만 맡아서 그런건 아닐까.
"나도 그런 연기가 좋은 것은 아니다. 기존에 했던 드라마를 보고 캐스팅을 하는데, 일부러 연기를 못 할 수도 없지 않나. 감독님들은 내가 악녀 연기를 하면 때려죽일 듯이 밉지 않고 오히려 귀여워 보인다고 한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될지."
-악녀 이미지는 어떻게 생겼을까.
"내 잘못도 있다. 내성적이라 데뷔 때부터 선후배한테 쉽게 말걸고 인사도 못했다. 날 '4가지'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직도 누가 날 알아보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고개만 숙이고 '아 예'하는 정도다. '미우나 고우나'에 출연한 뒤로는 아직까지 수아라고 부르는 분들이 많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낮을 많이 가리고 겁도 많다. 드라마에서의 막돼먹은 성격과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더 연기가 힘들다. 내가 납득할 수 없는 나쁜 짓을 할 때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엄청 한다."
-이미지 변신을 해야할 때 아닌가.
"당연히 하고 싶다. 근데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중이 지금 내게 원하는 이미지가 악녀라고 한다면 그 연기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른 모습을 원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 기회를 살리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다."
-서른이 가까워지고 있다.
"나이에 대한 부담은 없다. 서른이 되면 20대에 쌓아온 경험과 연기력 모두 빛을 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29살이 되면 우울해진다고 하는데, 난 그런 것은 없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신인 때는 레드카펫을 밟고 싶었다. 그 다음에는 상을 받고 싶었다. 두 가지를 이루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은 꼭 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고 싶다. 감독님들에게 '인영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
-사귀는 남자 친구는.
"연애 생각이 없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결혼을 하면 내가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이 한꺼번에 사라질 것 같다. 지금은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 크다. 유인영이라는 배우를 좀 더 알리고, 일에도 자신이 생기면 연애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