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과 롯데그룹이 기업 인수·합병(M&A)시장에서 정면승부를 벌인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웅진코웨이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웅진코웨이 인수 적격 예비후보(short list)로 롯데, GS리테일, SK네트웍스 등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와 SK네트웍스는 15일 마감된 하이마트 인수의향서(LOI)도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재계 순위 3위인 SK그룹과 5위인 롯데그룹은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를 놓고 치열한 ‘돈 싸움’을 벌이게 됐다. 이들의 격돌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두 그룹이 모두 국내 M&A시장에서 강자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내수를 발판으로 성장해, M&A를 통해 규모를 키웠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전통의 강호’ SK vs ‘신흥 강호’ 롯데
SK그룹의 성장은 M&A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섬유기업이었던 SK그룹은 1980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을 인수해 단숨에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기업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한다. 이어 1994년에는 한국이동통신(현 SKT)을 인수해 국내 최대의 통신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다. SK그룹은 지난해 하이닉반도체를 인수하며 ‘M&A’시장 강자의 면모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하이닉스 인수를 계기로 SK그룹은 단숨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다.
SK가 국내 M&A시장의 전통 강자라면 롯데그룹은 신흥 강자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롯데그룹은 근래 국내의 대형 M&A건에서 롯데그룹의 거론되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결과 2006년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 2007년 대한화재(현 롯데손보), 2009년 두산주류(현 롯데주류), 2010년 바이더웨이, GS마트·백화점, 2011년 CS유통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올해도 롯데그룹은 그랜드 백화점을 인수한데 이어 전자랜드, 하이마트,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모두 뛰어들어 올해 M&A에만 4조원 가까이 쏟아 부을 전망이다.
최태원 vs 신동빈, 자존심 대결?
웅진코웨이와 하이마트를 놓고 벌이는 SK와 롯데의 맞대결은 자칫 최태원 회장과 신동빈 회장, 두 CEO의 자존심 대결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태원(52) SK회장과 신동빈(57) 롯데 회장은 최근 한 경제신문이 100대기업 재무담당임원을 대상으로 ‘M&A로 기업을 키울 리더’를 조사한 결과 나란히 1, 2위에 뽑혔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하이닉스 인수를 성공시킨 것이, 신동빈 회장은 2006년 이후 금융·유통분야에서 대형 M&A를 성사시킨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M&A에 적극적이라는 점 외에도 두 CEO의 공통점은 적지 않다. 두 사람 모두 50대로 재계를 대표하는 차세대 경영인이라는 점이나, 조용하지만 결정을 내려야할 때는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경영스타일도 비슷하다.
개인적으로도 최 회장과 신 회장은 2000년대 초반 젊은 경영자들의 모임인 ‘V소사이어티’를 함께 창립했을 정도로 인연이 깊다. 두 사람은 지난해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서는 각각 SK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구단주로 스포츠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