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강원 FC가 원정 2연승을 위해 다시 한 번 축구화 끈을 동여맸다. 특효약도 준비했다. 스태미나의 상징, 염소와 장어다.
강원은 15일 경남 FC와의 K-리그 8라운드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원정 20경기 연속 무승의 한을 풀었다. 경기 후 강릉으로 돌아가지 않고 창원축구센터를 베이스캠프로 삼아 계속 훈련 중이다. 이젠 21일에 열리는 부산 아이파크와의 9라운드 원정경기를 통해 두 경기 연속 원정 승리에 도전한다.
팀 분위기는 무척 좋다. 창단 이후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경남을 잡은 뒤 사기가 크게 올라갔다. '어느 팀과 붙어도 해볼만 하다'는 분위기가 선수단을 지배하고 있다. 오히려 지나친 흥분을 막기 위해 코칭스태프들이 자제를 시킬 정도다.
긍정적인 분위기를 읽은 남종현 대표이사가 또 한 번 화끈하게 곳간을 열었다. 경남전 직후 김상호 감독을 만나 승리를 칭찬한 뒤 "연승을 하려면 잘 먹어야 한다"며 두 차례의 회식을 지시했다. 앞서 경남전을 앞두고 장어 회식을 실시한 후 좋은 결과를 낸 것이 자연스럽게 또 다른 회식을 불렀다. 남 대표이사는 지난해 강원 사장직에 오른 이후 사재를 출연해 재정난을 해결하는 등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해 축구팬들 사이에서 '남수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남 대표이사의 성에 맨체스터시티의 아랍에미리트 출신 구단주 '만수르'를 합성했다.
강원 선수단은 현재 베이스캠프로 삼고 훈련 중인 창원축구센터 인근의 맛집을 두루 수소문했다. 그리고 지인들의 추천을 받아 두 곳을 정했다. 진주 문산에 위치한 흑염소 불고기집과 마산의 장어집이었다. 17일에 흑염소 불고기집부터 찾았다. 1군 선수 19명과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등 30명이 130만원 어치의 염소 고기를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19일엔 마산에서 장어로 또 한 번 몸보신에 나설 예정이다. 김동연 강원 주무는 "앞서 장어로 한 차례 회식을 했을 때 식대가 150만원 정도 나왔다. 몸에 좋다고 소문난 음식이라 그런지 평소엔 식사를 잘 조절하는 선수들이 양껏 먹더라"면서 "19일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김상호 감독 또한 의미 있는 미소를 지었다. "음식을 나눠먹는 선수단의 분위기가 너무 밝고 쾌활해 더욱 즐거운 식사가 됐다"면서 "동계훈련 기간 중 내가 꿈꿔왔던 팀 분위기가 비로소 나오고 있다. 우리 선수들이 잘 먹고 부산과의 경기에서도 기분 좋게 이겼으면 좋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