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 김옥빈이라는 배우를 잘 모른다. 그건 그녀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김옥빈은 언제나 예측을 벗어나는 패를 내놓는다. 다행히 그 수수께끼는 금방 풀리지 않을 것 같다. 오래도록 궁금한 배우가 있다는 건 분명 행운이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어떤 점에 끌려서 출연한 거예요?
딱 제 취향이었어요. 사건들이 우당탕 쏟아지는 느낌이잖아요. 그런 코미디 영화 진짜 좋아하거든요. 결론을 내고 교훈을 주고 감동을 자아내고 생각하게 하는 영화 말고, 보는 사람 정신없게 만들어서 근심을 덜어주는 코미디 영화. 그래서 '시체가 돌아왔다' 시나리오 받고 정말 반가웠어요.
-제작사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가 시나리오 보자마자 “동화는 (김)옥빈이다”라고 했다면서요?
데뷔작 '여고괴담 4-목소리' 제작사가 씨네2000이었거든요. 그때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인데, 철이 없고 막무가내였어요. 세상이 생각하는 대로 되는 줄 알았거든요. 이춘연 대표님이 그때 제 모습을 기억하시고,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동화 역을 저한테 주신 거 같아요.
-지금은 달라졌나요?
조금씩 철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확실히 예전에 비하면 요즘은 한결 안정된 느낌이 들어요. 물론 지금도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것 같지만.(웃음)
그런가 봐요. 하하하하. 철없는 거랑 자유로운 거랑은 다른 거니까. 배우라는 직업에 익숙해져서 그런 거 같아요. 전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헤맸는데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어요. '시체가 돌아왔다' 찍을 때 이춘연 대표님이 “옥빈아, 너도 이제 중견이다” 그러셨다니까요. 그 얘기 들으니까 슬프더라고요. 하하 하하. 이젠 저도 책임감을 가져야죠!(웃음)
-'시체가 돌아왔다'에서 함께 연기한 이범수 류승범은 누구보다 자기 색깔이 확실한 배우인데, 김옥빈이란 배우는 아직 뚜렷한 색깔이 없는 것 같아요. 근본적으로 어떤 틀에 가둘 수 없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 얘기는 좀 들었어요. 김옥빈이란 배우는 대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이었는데 '시체가 돌아왔다'를 보니까 ‘김옥빈도 평범한 소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 들으니까 기분 좋았어요. 그래서 어제 우선호 감독님한테 “내 나이를 찾아줘서 고맙습니다!” 그랬어요. 하하하하.
-이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느낌과 연결되는 건데, 확실히 김옥빈 씨는 보통의 여배우들과 달리 솔직하고 거침없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썼는데, 사람들이 여배우에 대해 갖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점이 저한테 너무 많아서 어느 순간 포기한 것 같아요. ‘귀찮아, 잊어버리자’ 하면서.
-그런데 참 묘한 게, 지난 3월 1일 끝난 (김옥빈과 인디 뮤지션들이 프로젝트 록 밴드 ‘OK, PUNK’를 결성해 앨범을 발표하는 과정을 그린 케이블 방송 Mnet의 리얼리티 프로그램)를 보니까, 한편으로는 여배우의 틀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새 여배우로 사는 데 익숙해진 것 같은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음, 그 프로그램 하면서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음악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밴드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출연했는데, 방송에서 저와 다른 멤버들을 여배우 대 로커의 구도로 자꾸 대립시키려고 하니까. 다른 멤버들과 제가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요새 유행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다 그렇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해요.
-배우로서 지금 제일 목마른 게 뭐예요?
작품이요. '시체가 돌아왔다'에 같이 출연한 (이)범수 선배, (류)승범 오빠는 필모그래피가 20~30편씩 되더라고요. 근데 저는 고작 일곱 편이잖아요. 좋은 필모그래피를 갖고 싶어요. 영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옥빈이란 배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면 어떤 말을 듣고 싶어요?
(다시 한참 생각하더니) 진짜 모르겠다! 너무 어려운 질문인 거 같아요.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떠오르네요.(웃음)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찌 알겠어요! 그런데 이런 생각은 해요. 내가 나오는 영화를 봤는데 영화가 정말 재미없어도, 내가 다른 영화에 출연하면 또 보러 왔으면 좋겠어요. 하하. 배우 김옥빈이 이번에는 어떤 패를 내놓을지 관객들이 늘 궁금해하면 좋겠어요. 그런 배우 있잖아요. 그 사람 자체가 궁금한 배우.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