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가 남편의 귀가시간을 앞당겼다면 '아내의 자격'은 아내의 설거지 시간을 앞당겼다.
김희애·이성재 주연의 JTBC 수목극 '아내의 자격'이 22일 전국 시청률 2.158%(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전날 방송의 1.580%에 비해 0.578%포인트 상승한 수치.
이날 수도권 유료 가구 시청률은 2.796%를 기록했으며, 이는 JTBC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이다. 3%에 육박하는 이같은 수치는 2012년 지상파를 제외한 전 채널에서 방송된 드라마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것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과거 최고 시청률은 지난해 12월 19일 방송된 JTBC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2.756%였다.
매주 수-목요일 오후 8시 45분부터 9시 55분까지 방송되는 '아내의 자격'은 가족들의 라이프 사이클까지 바꿔놓고 있다.
지상파에 비해 1시간여 일찍 시작하는 JTBC '아내의 자격'을 시청하기 위해 엄마들은 평소보다 일찍 저녁식사를 마무리하고 설거지를 끝내고 있다. 각종 연예 관련 사이트에는 '아내의 자격'을 보기위해 수-목요일에는 저녁 식사도 빨리 하고 자녀들도 일찍 재운다는 웃지못할 사연들이 올라오고 있다.
1995년 1월 오후 9시 50분에 시작했던 '모래시계'가 남편들의 '귀가시계'로 불렸던 것처럼 '아내의 자격'은 이제 가족들의 저녁 시간까지 바꾸고 있다는 방증이다.
톱스타 김희애와 '멜로 황제' 이성재의 만남으로 제작단계부터 주목을 받은 '아내의 자격'은 회를 거듭하면서 쫀쫀하고 긴박한 진행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분당 최고 시청률 3.49%까지 치솟은 22일 방송에선 김희애의 불륜 사실이 드디어 시댁 식구들에게 발각돼 수난을 겪는 모습이 방송됐다.
이성재를 찾아가 막말을 퍼부은 김희애의 남편 장현성은 분을 참지 못하고 급기야 아내를 때리려고 했다. 그러자 김희애는 "손찌검 하지마. 입 두고 왜 말로 못해. 그것도 집안 내력이야?"라고 따지며 갈등을 표출했다.
앞서 김희애는 시누이 최은경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물벼락까지 맞으며 수모를 당했다. 또 아들 임제노를 더이상 가르치지 못하겠다는 이성재의 아내 이태란에게 무릎까지 꿇고 애원했으나 거절당해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증을 더했다. 불륜 사실을 들켜 시어머니 앞에 끌려간 김희애는 조목조목 따지다 따귀를 맞고 동생 장소연 품에 안겨 서럽게 우는 것으로 8회가 마무리됐다.
'강남불패' 신화의 중심 대치동을 배경으로 대한민국 부모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사교육의 현장을 현실감 넘치게 다루는 '아내의 자격'은 회를 거듭하면서 방황하는 중년 부부의 로맨스와 불륜, 시댁과의 갈등 등을 아름다운 영상과 섬세한 연출로 그려내 최고의 '명품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유아정 기자 porol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