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달' 임달식(48) 안산 신한은행 감독이 선수들에게 '부상 주의보'를 내렸다. 단순히 올 시즌 우승트로피를 거머쥐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한국 여자농구의 앞길까지 걱정하고 있다.
임 감독은 20일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의 올 시즌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플레이오프를 시작한 이후 경기가 거듭될수록 양 팀 선수들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자칫 부상이라도 당할까 싶어 선수들에게 조심하라는 당부를 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장신 센터 하은주(29·202cm)를 예로 들었다. "(하)은주가 상대 골밑으로 들어가면 상대 선수 두 세 명이 달려들어 잡고 당긴다. 심지어는 덮치기도 하더라"면서 "은주가 다치면 우리 팀뿐만 아니라 한국 여자농구 전체에 큰 손실이 온다. 머지 않아 런던올림픽 퀄리파잉 대회에도 나가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은주를 비롯한 여자프로농구의 주축 선수들은 올 시즌을 마친 뒤 대표팀에서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서야 한다. 6월 터키에서 열리는 퀄리파잉 라운드를 통과해야 런던올림픽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임달식 감독은 추후 소집할 여자농구대표팀의 사령탑 1순위로 꼽힌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 하은주가 골밑에 자리를 잡고 볼을 잡을 때마다 삼성생명 선수들 세 명이 에워싸 육탄으로 저지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신체접촉이 발생했다. 경기가 끝난 뒤 하은주의 얼굴과 팔은 붉게 달아올랐다.
임달식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우리 선수들을 볼 때마다 맞고 들어온 자식을 보는 심정"이라면서 "선수들에게 '맞고 다니지 말라'고 주문했다. 상대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말되, 영리하게 움직여서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피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경기 후 인터뷰장에 들어온 하은주도 집중 견제에 대한 부담을 이야기했다. 그는 "올 시즌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지금까지 너무 쉽게 왔구나. 원래 이렇게 힘든 무대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미소지었다. 이어 "지난해까지는 지키는 느낌이었지만, 올해는 우리가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면서 "매 경기가 힘들고 어렵지만 잘 버텨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코트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