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고현정이 마이크를 잡는다는 사실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던 SBS '고쇼'의 진용이 최근 4명으로 확정됐다. '여왕' 고현정을 위시해 윤종신·정형돈·김영철 등 4명이 함께 토크쇼를 이끌어가기로 결정된 것. 최근 '시즌 2'를 선보이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1박 2일'은 맏형 김승우와 재간둥이 차태현 등 7명이 이끌어가고 있다.
이처럼 요즘 인기를 누리는 예능 프로그램의 MC 구성원을 살펴보면 '신기하게도' 7명 아니면 4명인 경우가 대다수다.
짝짓기 가장 쉬운 2명도 아니고 도담도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3명도 아닌 굳이 4명 혹은 7명이 예능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청자 입장에선 몇명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가가 무슨 대수일까 싶지만 예능 MC를 구성하는 숫자에는 남모르는 '비밀'이 숨겨져있다.
▶7명의 비밀
새롭게 선보인 KBS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2와 MBC '무한도전' 모두 7명이 진행한다. SBS '런닝맨'과 KBS '남자의 자격'도 일찌감치 7명의 MC가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고 있다.
지난 4일 첫선을 보인 '1박2일 시즌2'은 이수근·김종민·엄태웅 등 기존 멤버 3명에 김승우·주원·성시경·차태현 4명이 가세, 7명 체제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강호동·이수근·은지원·이승기·김종민·엄태웅 체제였던 '1박2일'은 지난해 9월 강호동의 잠정 은퇴로 한동안 5인이 진행했지만 시즌2를 맞아 MC 7명으로 몸집을 불렸다.
SBS '런닝맨'도 유재석·지석진·김종국·하하 ·개리·이광수·송지효 등 7명이 함께 움직인다. KBS '남자의 자격' 역시 이경규·김국진·김태원·양준혁·이윤석·전현무·윤형빈 7명이 진행한다.
MBC 노동조합의 총파업 여파로 6주째 결방되고 있지만 '무한도전' 역시 유재석·박명수·정준하·정형돈·노홍철·하하 길 등 7명이다.
이처럼 7인 체제로 운영되는 예능 프로그램의 특징은 대부분 야외 버라이어티라는 점.
개방된 공간에서 다양한 변수와 다채로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스튜디오 진행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특히 게스트가 없이 진행될 경우엔 멤버들 만으로도 프로그램을 알차게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7명 정도는 필수라는 귀띔.
한때 6인 체제도 인원이 너무 많고 산만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프로그램 내에서 각각의 캐릭터가 구축되면 6명보다 훨씬 더 업그레이드된 웃음을 선사할 수 있다.
짝수가 아닌 홀수가 주는 긴장감도 7명 체제가 급부상한 이유다. 둘씩 짝을 지을 수 없는 7명은 나머지 한명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극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숫자 자체가 주는 묘한 긴장감이 시청자들에게 깨알같은 웃음을 선사한다.
▶4명의 비밀
4명은 안정적이다. 4월 6일 첫선을 보이는 SBS '고쇼'는 당초 알려진 것처럼 고현정의 단독 진행이 아니라 윤종신·정형돈·김영철 등 4명이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입담 좋은 윤종신과 김영철·정형돈 등이 고현정을 든든하게 백업할 예정.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는 신동엽 이영자 정찬우 김태균 등 4명의 MC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4명은 튀거나 나서는 사람 없이 물흐르는 듯한 진행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며 월요 예능의 1위 왕좌를 넘보고 있다.
KBS '승승장구' 역시 4MC 체제다. 이제는 안정 궤도에 접어든 '승승장구'는 수차례 MC 교체가 있었으나 현재는 김승우를 주축으로 이수근·탁재훈·이기광 등 네명의 남자가 마이크를 잡고 있다.
KBS '해피 투게더' 역시 유재석·박명수·박미선·신봉선 등 남자 2명 여자 2명 등 모두 4명의 진행자가 그 주의 핫한 게스트를 사우나로 초대해 수다를 떤다.
지금은 유세윤의 가세로 5명이 진행하지만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도 오랫동안 4 MC 체제였다. 윤종신·김구라·김국진·규현은 서로의 치부를 아낌없이 보여주는 진행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이처럼 7명에 비해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4명의 MC 체제는 주로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다.
MC들의 명확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산만하지 않은 진행이 최대 장점. 게스트에게 보다 밀도 있는 질문이 가능해 시청자들 입장에선 오롯이 프로그램에 집중하기 쉽다.
또 너무 많은 수의 MC가 스튜디오에 앉아있으면 미어터져 보이거나 남는 공간이 좁아보일 수 있고, 반면에 너무 적은 수의 MC가 진행을 하면 스튜디오가 썰렁해보일 수 있지만 4명은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는다. 공격하는 사람과 방어하는 사람 등 각각의 캐릭터가 구축되면 서로 편을 짜 주거니 받거니 풍성하게 진행할 수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