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본지와의 통화 내내 깊은 숨을 몰아내쉬던 그는 그간의 복잡한 심경을 한마디로 “지옥이었다”‘라고 표현했다. 야구 이외에 다른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공을 잡을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이 박현준(26·전 LG 투수)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가혹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승부조작과 관련해 결백을 주장했던 박현준은 지난 2일 대구지검 소환과 함께 자신의 혐의 대부분을 시인했다. 이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일 박현준에게 '야구 활동 정지'라는 처분을 내렸다. 다음날 LG 구단은 그를 퇴단시켰다. 그릇된 생각으로 망가진 미래를 손에 쥔 박현준은 실망을 안긴 팬들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속죄의 심경으로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한 언론을 통해 승부조작과 관련해 자신의 심경과 사건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어려운 선택이었다. 사람들이 믿어줄 것인가에 대한 걱정도 앞섰다. 하지만 진실은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회는 없다.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것은 맞지만 사실을 왜곡된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박현준은 1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승부조작 가담 이유에 대해 후배 김성현의 빚을 갚아주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인천공항에서 귀국할 때 결백을 주장하며 지었던 미소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그때는 두려움이 앞섰다.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어서 많은 생각이 들었고,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제껏 부인을 해왔기에 공항에서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모두 후회스러울 뿐이다.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야구 활동 정지와 더불어 구단에서는 퇴단 조치를 내렸다.
"검찰에서 혐의를 인정할 때 이미 야구를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래도 막상 조치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 앞이 캄캄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나’,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등의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시간을 돌이키고 싶었다. 무엇보다 함께했던 팀 동료 선수들과 응원해주던 팬 분들에게 가장 미안할 뿐이다."
-근신해 있는 동안 승부조작 사실 여부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와 진실은 달랐기 때문에 답답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유가 어찌됐던 나는 승부조작에 가담을 했고, 믿어준 사람들을 배신했다는 것이다. 그 사실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할 말은 없다."
-이제 영영 마운드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
"지금은 야구를 하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 안타까워할 때가 아니다. 그저 자숙하며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뉘우치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그 전엔 스스로도 야구공을 잡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의 행보는.
"야구를 계속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그래서 군 입대도 생각하고 있다. 도피라는 의미보다는 어차피 갔다 와야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스스로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다. 승부조작과 관련해 어떤 벌이 주어지더라도 달게 받겠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
TIP>박현준, 현역으로 복무 하려면? 박현준이 "군 입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하기 위해서는 실형을 받더라도 6개월 미만이어야 한다. 병역법 '병역감면 처리기준'에 따르면 '6개월 이상 1년6개월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의 실형선고자' 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은 보충역(공익근무요원 등 병력수급 사정에 의해 현역으로 결정되지 않은 사람)으로 병역 의무를 마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