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 자리 잡은 SPA브랜드 '에잇세컨즈' 입구 앞, 험상궂어 보이는 두 명의 남자가 입구를 지키고 있다. 얼추 180㎝에 80㎏이 넘어보이는 건장한 체격에 검은양복을 차려 입은 분위기가 영락없는 '조폭'이다. 다른 스파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포에버21(FOREVER21)·H&M 등 대형매장 입구에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옷차림의 무표정한 사내가 서 있다. 인근의 다른 의류매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들은 누구인가.
SPA브랜드, 조폭마케팅?
SPA브랜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이들은 안전관리요원이다. 스마트한 얼굴과 날씬한 몸매의 백화점 안전요원과 다른 분위기이지만 서비스는 별 차이가 없다. 손님을 위해 문을 열어주고 잡아주는 매너부터 상냥한 목소리로 "어서 오세요" "또 오세요"등의 인사도 건넨다. 옷을 찾아 헤매면 먼저 다가와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다. 차가운 도시 남자 같은 외모 속에 감춰진 자상함. 강압적인 분위기로 물건 구매를 유도하려는 업체의 속셈일까 했던 오해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업체에서도 처음에는 이들을 입구에 배치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10~20대 젊은이와 여자손님이 주류를 이루는 매장 특성상 ‘조폭’분위기를 풍기는 이들의 존재는 고객의 반감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넓은 매장에서 벌어지는 도난과 각종 안전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다.
이웃 일본에서는 의류매장의 안전요원 배치가 일반화돼 있다. 지진이 잦은 일본의 특성상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매장 관리 직원들만으로 상황을 해결하기가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안전을 위해서 배치한 인력이지만 손님이 놀랄까 고민도 됐다. 그래서 친절함과 상냥함을 더하면 괜찮을 거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폭 아닌 매출 도우미
국내 의류브랜드 매장 중 유독 SPA브랜드 매장에서만 안전요원을 볼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전 연령의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매장이 쉽게 혼잡해져서다. 안전요원은 쾌적한 쇼핑을 돕기 위해 매장 전층에 들어올 수 있는 적정 인원수를 점검하고 통제한다. 나이트클럽에서 문지기가 상주 인원을 고려해 입장객을 조절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원의 역할은 매출과도 직결된다. 매장이 붐벼 고객이 쇼핑을 하지 않고 그냥 돌아가지 않도록 돕기 때문이다. 질서유지도 되기 때문에 손님들의 불편도 줄어든다. 요원은 입구에서 적정 인원수를 초과했다 싶으면 잠시 출입을 통제한다.
적정 인원수에 대한 기준은 브랜드마다 다르다. H&M에서는 평소 고객의 인원수를 요원의 눈대중으로 판단한다. 붐비다싶을 정도의 인원 기준은 1000여 명이다. 에잇세컨즈의 요원은 카운터 기계를 이용해 입장하는 사람의 수를 일일이 센다. 전 층을 통틀어 2000명이 넘으면 잠시 입장을 막는다.
에잇세컨즈 관계자는 "주말에는 최대 2만여명이 몰릴 때도 있다. 이때 안전요원이 고객의 안전을 지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손예술 기자 meister1@joongang.co.kr
※TIP- SPA브랜드란?
자사가 직접 상품을 직접 제조하고 유통까지 하는 전문 소매점. 대량생산 방식을 통해 제조원가를 낮추고, 유통 단계를 축소시켜 상품 회전이 빠른 게 특징. 대표적인 업체로 유니클로·스파오·자라·미쏘·에잇세컨즈·H&M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