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LG 투수 박현준(26)과 김성현(23)이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게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일 "야구규약 144조 3항에 의거, 박현준과 김성현의 야구활동을 정지했다"고 발표했다. '야구활동정지'란 선수가 구단 소속 신분은 유지한 채 훈련과 경기 참가가 금지되며, 참가활동보수(연봉)를 받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KBO가 야구활동정지 징계를 결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선수에게 적용된 규약 144조 3항은 "감독·코치·선수·심판위원·구단 임직원이 경기 외적인 행위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의 징계를 규정하고 있다. 프로스포츠 승부조작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범죄다. 야구규약은 144조 2항에서 "국민체육진흥법에서 금지 또는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징계를 명시하고 있다. 이진형 KBO 홍보팀장은 144조 2항이 아닌 3항을 적용한 이유에 대해 "아직 두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했는지에 대한 사법적 판결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대구지방검찰청에서 선수의 혐의 내용을 발표했고, 이는 프로야구 품위 손상에 해당한다. 따라서 징계가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현은 지난달 28일 경남 진주 훈련 도중 대구지검에 긴급체포된 뒤 1일 구속됐고, 박현준은 지난 2일 검찰에 소환된 뒤 불구속 입건됐다. 아직 두 선수는 혐의 사실을 인정한다고 직접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KBO는 이미 두 선수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판단하고 있다.
야구활동정지는 잠정적인 조치다. KBO는 "추후 사법기관에서 해당 선수에 대한 형사 처벌이 확정될 경우 상벌위원회를 열어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의 경우 5월 말 검찰 소환이 시작됐고, 1심 판결이 9월23일, 2심 판결이 올해 2월15일 열렸다. 프로축구의 사례로 볼 때 두 투수는 사실상 올해 야구장에서 뛸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에는 영구제명이 불가피하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승부조작 가담자에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KBO도 승부조작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해당 선수를 영구제명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두 선수가 기소유예나 선고유예 등 실형에서 벗어나더라도 KBO 차원의 징계는 가능하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어떤 경우든 법원 판결이 내려진 뒤 상벌위원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LG 관계자는 5일 KBO의 징계에 대해 "노 코멘트"라고 언급했다.
KBO는 이날 승부조작과 관련해 "야구팬과 국민에게 실망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와 함께 수사 협조·관련자 엄중 처벌·재발 방지 시스템 구축 등을 약속했다. 한편 5일 오전 현재 KBO는 이날 마감하는 승부조작 관련 자진신고에 대해 "아직 접수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