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어하키 대표팀 골키퍼 양용천(20)은 만능 재주꾼이다. 운동 신경이 뛰어나 못하는 스포츠가 없다.
양용천은 2013년 평창 겨울 스페셜올림픽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각종 장애인 체육대회에 농구·축구·육상 대표로 참가했다.
양용천은 지적장애 2급이다. 일상생활을 하는데 아무 불편이 없고, 비장애인과 구분하기 힘들다. 표현 능력이 좋아 자기 주장을 주저 없이 말한다. 어딜 가나 분위기를 주도하는 리더다. 그가 다니는 다니엘 학교에서는 운동부와 댄스부를 이끄는 대표 역할을 한다. 양용천은 "모든 스포츠를 다 좋아한다. 제일 자신 있는 종목은 농구다. 요즘에는 내년 열리는 겨울 스페셜올림픽을 위해 플로어하키 연습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폐지 줍는 외할아버지를 위해
양용천은 어린 시절을 외할아버지와 보냈다.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아버지가 있지만 같이 살지 않아 왕래가 거의 없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 집을 나갔다. 여동생은 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하반신장애인이 됐다. 2001년 2월부터는 집을 떠나 특수학교인 다니엘학교에서 생활하며 공부를 했다. 폐지를 줍는 외할아버지와 생활하기에는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다.
어린 시절 다니엘학교에서는 말썽꾸러기로 유명했다. 선생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였다. 그러던 그가 10살이던 2002년 학교 운동부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학교 선생님들은 "너무 어려서 안 된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양용천은 운동을 하면서부터 성격이 차분해졌다. 집중력도 크게 향상됐다. 운동에도 곧장 두각을 나타냈다. 또래 아이들보다 발이 빠르고 운동신경이 좋아 어느 종목이든 척척 해냈다.
양용천이 스포츠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외할아버지 때문이다. 그는 "스포츠를 통해 외할아버지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나중에는 스포츠 쪽에서 일을 하며 생계에 도움을 주고 싶은 게 꿈이다"고 했다.
▶플로어하키? 농구? 축구? "공부를 제일 하고 싶어요"
스페셜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주종목이 없다. 운동신경이 좋으면 어느 종목이든 한다. 양용천도 마찬가지다. 2007년과 2011년 여름 대회에는 축구로, 2009년 겨울 대회에는 플로어하키 선수로 참가했다. 국내에서는 농구선수로 더 유명하다. 2008년 전국장애인체전 농구 금메달리스트다. 2009년에는 전국장애인체전 달리기 200m에서 1등에 올랐다.
그러나 '운동을 계속 할 거냐'는 질문에는 한참을 망설였다. 돌아온 대답은 "운동도 좋지만 대학에 꼭 가고 싶어요"였다. 양용천은 "특수체육교사가 되고 싶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최종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대학을 가야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고입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오는 4월에는 고졸검정고시를 본다.
양용천을 담당하는 교사 임선희씨는 "다니엘 학교에 있는 98명 중 상위 10%만 고졸검정고시에 도전한다. 용천이는 학교에서도 뭐든지 잘하는 우수 학생이다. 운동이든 공부든 욕심이 많아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가수 코요테가 제일 좋은 이유는?
요즘 양용천은 춤에 푹 빠졌다. 그는 학교 댄스팀 '다니엘 보이즈'로 활동하고 있다. 어려운 비보이 안무부터 청소년 사이에 인기 높은 대중가요 댄스까지 못하는 게 없다. 최근에는 꽤 유명해져 장애인 행사에도 단골손님으로 초대된다.
춤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가수 코요테 때문이다. 코요테 멤버 빽가가 다니엘 학교에 도움을 주면서부터 춤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빽가는 1년에 3~4차례 학교를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도 학교에 와 양용천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소녀시대나 카라? 그냥 그렇다. 코요테가 최고다"며 밝게 웃었다. 빽가와는 문자를 주고받으며 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가깝다. 양용천은 "요즘엔 춤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아직까지 아마추어 수준이다. 잘하진 못한다"며 쑥스러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