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IBO(국제권투기구) 세계챔피언 김지훈(25·일산주엽)이 국제무대 재기전에서 승리했다.
김지훈은 28일(한국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 에어웨이 하이츠의 노던 퀘스트 카지노 특설링에서 열린 야쿠부 아미두(27·가나)와 라이트급 10라운드 경기에서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김지훈의 전적은 23승(18KO) 7패가 됐다. 김지훈이 국제 무대 진출(6승2패) 뒤 판정으로 승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지훈은 최근 경기에서 서두르다 패했던 것들을 염두에 둔 듯 초반에는 경기 템포를 올리지 않았다. 큰 움직임 없이 라이트 어퍼컷을 던지며 상대를 견제했다. 그러나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는 라이트 스트레이트와 콤비네이션 블로우를 상대 안면과 복부에 적중시키며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갔다. 결정타가 터지지 않아 다운을 뺏어내진 못한 것은 아쉬웠다. 아미두도 많은 주먹을 날렸지만 김지훈의 블록에 걸려 정타는 많지 않았다.
중반 이후에는 운영 능력이 빛났다. 아미두는 김지훈의 주먹에 왼쪽 눈두덩이 찢어지는 등 위기에 몰리자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김지훈은 이에 말려들지 않고 차분하게 포인트를 관리해 승리를 지켜냈다. 더빙과 위킹의 빈도를 평소보다 줄이고 왼팔꿈치를 이용한 엘보우 블록을 많이 쓰는 등 과거와 다른 스타일의 경기를 펼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현지에서 이틀 밖에 훈련을 하지 못한 어려움도 있었지만 원정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답게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김지훈은 2009년 9월 졸라니 마랄리(남아공)을 9회 TKO로 꺾고 IBO 주니어라이트급(58.970㎏) 챔피언에 올랐다. 그러나 더 큰 무대로 올라서기 위해 2010년 1월 스스로 타이틀을 반납함과 동시에 체급을 올렸다. 김지훈은 타이런 해리스(미국)과 아메스 디아즈(파나마)를 차례로 이겨 국제복싱연맹(IBF) 라이트급 챔피언 결정전까지 성사시켰다. 그러나 김지훈은 미겔 바스케스(멕시코)에 12회 판정패했고, 두 달 뒤 도전자 결정전에서 리어나도 자파비냐(호주)에 져 슬럼프에 빠졌다. 김지훈은 이후 김동혁과의 한국 타이틀전 이후 경기가 계속해서 연기돼 국제 무대에서는 1년여간 공백기를 가졌다. 김지훈은 이날 승리로 세계 랭킹 재진입을 위한 발판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