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 e스포츠의 박지성 만들고 싶었는데…." 국내 대표적인 교복 브랜드 에리트베이직의 홍종순(57) 대표는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전국의 초·중·고등학생들의 든든한 후원자다. 2006년부터 국내 최대 규모의 아마추어 스타크래프트 대회인 '엘리트학생복 스쿨리그'(이하 엘리트스쿨리그)를 지원해왔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엘리트스쿨리그는 2만명의 학생들이 참여, 전태양(제8게임단)·조기석(삼성전자 칸)·차명환(공군) 등 20명이 넘는 걸출한 프로게이머를 배출했다. 학생들에게 프로게이머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대회 주관사인 MBC플러스미디어가 게임 방송 채널인 MBC게임을 접으면서 막을 내리게 됐다.
e스포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엘리트스쿨리그가 오는 29일 마지막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홍 대표를 지난 13일 만났다.
-엘리트스쿨리그가 올해로 마지막이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고 건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기 위해 스쿨리그를 시작했다. 7년간 2만여명의 학생들이 거쳐갔고 전태양·박수범(제8게임단) 등 20여명이 프로게이머의 꿈을 이뤘다.
스쿨리그가 학생들이 재능을 발견하고 꿈을 키워가는데 도움이 됐다는 데 뿌듯한 마음이다. 하지만 방송사 사정으로 그만두게 돼 아쉽다. e스포츠계의 박지성이 나올 때까지 후원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스쿨리그 출신이 세계적인 스타가 됐으면 우리도 같이 유명해졌을텐데…."
-7년간 후원하면서 거둔 성과가 있다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뭘 하고 노는지, 어떤 연예인을 좋아하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제품도 학생들 취향에 맞게 만들 수 있다.
스쿨리그는 회사가 학생들과 소통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게임을 잘 하는 것도 재능임을 알릴 수 있었던 것도 보람이었다. 공부에 관심이 없고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서 더 이상 문제아가 아니다."
-사실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좋지 않다.
"술 마시고 사고 친다. 운전하다가도, 영화 보다가도 사고가 난다. 그렇다고 이것들을 다 없애야 하나. 사회가 게임의 부정적인 면만 보고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e스포츠는 게임을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이기도 하다. 나도 게임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다가 e스포츠를 보고 달라졌다. e스포츠는 정부도 육성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대회 참가자는.
"2006년 첫 대회 때 초등학교 6학년 최연소로 출전해 고등학생 형들을 연파했던 전태양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전태양이 소속팀 해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안타깝다. 그래도 잘 될거라고 믿는다. 스쿨리그 출신들은 승부욕과 끈기가 남달라 뭘 해도 잘할 것이다."
-학생들의 꿈을 키워 줄 제 2의 스쿨리그를 만들 생각은.
"에리트베이직은 스쿨리그 뿐 아니라 전국 보육원을 대상으로 한 '엘리트 나라사랑', 문화재청과 협약해 '문화재 지킴이' 등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학생들의 취향과 니즈를 파악해 문화 및 재능개발 활동을 발굴,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 중점 사업 계획은.
"회사는 계속 성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올해는 재작년 인수한 캐주얼 브랜드 비토이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고 인도네시아에 세운 의류 봉제업체인 빼떼엘리트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다. 학생복쪽에서도 수익 다각화를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