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은 축구에도 있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는 의미없는 퍼주기 정책이다. 미래가 어찌되든 지금 당장 배부르면 상관없다는 태도다. 알맹이는 없어도 일단 흉내만 내면 된다는 적당주의다. K-리그의 미래를 좌우할 승강제가 처리되는 방식이 그러하다.
승강제를 놓고 K-리그는 두 가지 방안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프로연맹은 16개 구단 중에서 12개를 1부리그에, 4개팀을 2부리그에 배치해서 승강제의 기본틀을 짜려했다. 12+4 방안이다. 이때 2부리그는 내셔널리그에서 승격하는 4개팀이 더해져 모두 8팀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시민구단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구단은 2012년에 2개팀, 2013년에 2개팀을 순차적으로 2부리그로 내려보내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14+2 방안이다. 시민구단의 14+2 방안은 사실상 승강제를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게 축구계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순차적으로 승강제를 실시할 경우 1부리그와 2부리그 모두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1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는 축구계 전체의 여론과는 상반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 우려된다. 프로연맹과 일부 기업형 구단이 시민구단의 저항에 부딪혀 제 목소리를 못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구단 관계자들이 구단의 존폐를 걱정하며 승강제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오히려 이해할만한 구석이 있다. 그런데 일부 기업형 구단 관계자들도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 기업형 구단 대표는 “기왕 결정하는 것인데 만장일치로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시민구단이 원하는 14+2안으로 통일하자는 여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른 기업형 구단 대표는 “서로 모르고 지낸 사이도 아니고, 어려운 처지를 다 아는데 어떻게 매정하게 굴 수 있겠는가. 막상 이사회에서는 얼굴 붉히는 결정을 하기 힘들 것”이라며 “12+4가 좋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14+2 방안으로 의견이 모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연 이들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진정 걱정하고 있는지, 아니면 모기업이 주는 돈으로 적당히 구단만 운영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지 알 수 없다.
승강제 방안을 정하는 프로연맹 이사회는 모두 11명(연맹 2명, 구단 5명, 축구협회 1명,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구단 대표 5명 중 시민구단에 할당된 몫은 2명에 불과하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 ‘우리만 먹고 살 게 아니라 시민구단도 살아야 할 것 아니냐’라는 포퓰리즘과 적당주의가 아니라면 '14+2'의 시민구단 주장은 관철되기 어려운 구조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듯한 아픔이 있겠지만 이사회에서 단호한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아픔이 있더라도 소금을 뿌려야 소독이 되고 새살이 돋아난다. 승강제를 힘있게 시작하는 게 한국 축구도 살리고, 결국은 시민구단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