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근 야구선수들이 춤을 추며 새해 인사를 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류현진·윤석민 등 내로라하는 스타 중에서도 눈에 띄는 얼굴이 있었다. 강민호(26·롯데)였다. 제법 능숙한 폼으로 덩실덩실 춤는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좋아할만 했다. 강민호는 이번 시즌 구단 고과 평가에서 1위에 올랐다. 그는 올해 124경기에 나서 타율 2할8푼9리 19홈런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공격을 뽐냈다. '공격형포수'에서 '수비형 포수'로 발전한 부분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올 시즌 100경기 이상 출장한 포수 중 도루저지율이 강민호(0.355)보다 더 높은 포수는 정상호(0.438·SK)와 양의지(0.413·두산)뿐이다. 여기에 강력한 라이벌인 양의지(24·두산)를 누르고 생애 두 번째 골든글러브까지 받았다.
강민호는 "이제 데뷔 7년차다. 3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23홈런을 쳤던 작년보다 이번 해가 더 좋다. 포수 본연의 역할에 더 충실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해 목표도 자못 성숙하다. 그는 "내년 시즌에는 전체적인 플랜(Plan)을 그릴 줄 아는 포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롯데 마운드는 시즌 초반 약한 편이다. 실제로 지난 6월까지 팀 평균자책점은 4.64로 넥센(4.53)에 이어 전체 7위였다.
강민호는 "일종의 적응기간이 다소 긴 편이다. 시즌 초반엔 팀이 바닥까지 떨어져서 마음고생이 많았다. '투수 리드에 문제가 있나'싶어 내심 고민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는 시즌 초반부터 기복관리에 신경 쓰겠다. 당장 스프링캠프부터 1년 리드 구상에 들어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롯데는 이번 FA 기간 동안 이승호와 정대현을 영입하며 마운드를 보강했다. 강민호는 "더 든든해 졌다. 아쉬웠던 부분을 더 채우게 돼서 기쁘다. 다행히 (정)대현 형과는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공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면서 "새로운 투수들이 얼마나 빨리 사직구장 마운드에 적응하는지가 관건이다. 이 역할 역시 포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조금 더 묵직한 선수가 되고 싶다. 강민호는 "나는 원래 성격이 밝다. 경기 시작 전 더그아웃에서 장난도 치고 언론 인터뷰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홍)성흔 형이 포수의 덕목에 대해 말씀해 주시곤 한다. 포수는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한다. 이번 시즌에는 작년에 비해 내내 더그아웃에서 말을 아낀편이었다. 만족할만한 한 해를 보냈던 비결 중 하나였다"며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