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장근석은 한양대 연극영화과에서 '연극개론' 시험을 보고 온 길이었다. 그는 일주일에 두번,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꼭 학교를 간다. 그에게 주어진 유일한 자유시간이자 공간이다. 2학년 때는 학교 축제 기획위원으로 활동할만큼 애교심을 발휘했다. 이제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있다.
-학생 장근석은 어떤 모습인가요. "그냥 혼자 다녀요. 당연히 노 메이크업이고 머리도 부스스해요. 학교에서는 연예인이 아니니까요."
-누가 알아보고 사인해달라고 하진 않나요. "이상한 게 학교에선 그런 일이 별로 없어요. 사진을 찍거나 찍어달라고 하는 분들도 별로 없고요."
-미팅은 해봤나요. "예, 1학년 때 한번. 대학로 M카페에서 8대8로 했어요. 상대는 항공운항과 여학생들. 나왔던 분들보고 아차 싶었던 기억이 나요. 농담이에요.(웃음)"
-도서관엔 가봤나요. "솔직히 잘 안가요. 그동안 한 두번 정도 가본 것 같아요."(웃음)
-학교 왜 그렇게 열심히 다녀요. "우선 한 학기 등록금이 너무 아까워요. 그래서 꼭 가서 뭐라도 얻어와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학교에서의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걸로 했어요. 제겐 너무 소중한 시간이니까요."
▶돈 많이 벌었냐고요? 제 나이에 벌 수 있는 것보다는 확실히 많이…
장근석은 드라마 '미남이시네요'(09)가 작년에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면서 2004년 '겨울연가'의 배용준처럼 순식간에 한류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연기는 물론 가수를 뺨치는 가창력과 퍼포먼스로 가장 핫한 스타로 등극했다.
-배용준을 잇는 차세대 한류스타라는 평가, 어때요. "그렇다면 영광이죠. 하지만 저와 배용준 선배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해요. 감히 비교할 수도 없고요. 배용준 선배님은 한국인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을 바꿔놓은 분이에요. 그분이 용이라면 저는 이제 닭이 되려는 병아리에요."
-그래도 CF 몸값은 배용준을 뛰어넘었다면서요. "CF 출연료가 그렇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평가하기엔 당연히 무리가 있죠. 배용준 선배는 역사적인 파장을 일으킨 분이라는 점에서 어마어마하고 대단해요."
-돈 많이 벌었다면서요. "그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러나 진짜 처음 얘기하는 건데 제 나이에 벌 수 있는 한도 보다는 확실히 많이 벌었어요."(웃음)
-재테크는 어떻게. "부모님이 해주시기 때문에 사실 잘 몰라요. 아직도 용돈 타 쓰고요. 모자랄 때는 행사비 중에 부모님 몰래 따로 챙겨두는 비상금이 있어요."(웃음)
-일본에서 장근석을 좋아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글쎄요. 예상할 수 없다는 점? 저의 돌발적인 행동들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웃음)
3시간여의 인터뷰 내내 장근석은 자유분방한 모습 그대로였다. "근석이는 너무 솔직해서 놀랐다"는 송중기의 말처럼 거침이 없었다. 영스타만이 갖고 있는 자신감과 도전정신이 보였다. 바로 그 점이 그를 다른 스타들과 구별짓는 독특한 매력이기도 했다.
그는 요즘 매일같이 카메라에 둘러싸여있다. KBS와 일본 후지TV가 동시에 그의 일상을 다큐멘터리로 제작 중이다. KBS는 내년 1월 4일 신년특집으로 '스물다섯살, 나는 장근석이다'(가제)를 방송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아무 곳에도 공개하지 않은 걸 하나 부탁했다. 그는 학생증을 공개했다. 그 안에는 풋풋한 대학 새내기 장근석(사진)이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