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한 축구팬을 훌리건이라고 부른다. 주로 경기가 열리는 날 축구장이나 축구장 인근에서 난동을 부려 경찰과 대치하기도 한다. 영국의 과격한 축구팬들이 훌리건으로 악명이 높다. 그러나 축구의 탈을 쓴 아르헨티나 폭력 집단 ‘바라 브라바스’에 비하면 훌리건은 애들 장난이다.
세 명의 젊은이가 아르헨티나 축구 클럽 산 로렌소의 비공개 훈련장에 침입했다. 이들은 연패에 빠져 있던 팀 선수들에게 다가가 욕을 퍼부었다. 수비수 조나단 보니텔리와 시비가 붙었고 보니텔리는 부상을 입었다. 이들은 결국 법정에 섰다. 피고는 ‘바라 브라바스’의 산 로렌소 지부 회장 크리스티아누 에반겔리스타. 폭력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바라 브라바스는 각 클럽마다 지부를 둘 만큼 조직화 돼있다. 지난 6월 아르헨티나 전통의 명문 리버 플레이트가 2부 리그로 강등됐을 때 벌어진 경기장 폭력도 바라 브라바스가 주동했다. 당시 관중들은 표백제와 쇠방망이 등을 그라운드에 던졌고 거리에선 방화도 일어났다. 경찰은 최루 가스를 뿌려 겨우 진압했다.
바라 브라바스는 티켓 판매권을 취하거나 축구장 안팎에서 불법 약물을 파는 등 이권 사업에도 깊숙이 개입해 있다.
심지어는 선수들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도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적 과정에서 금전적 이익을 얻기도 한다. 2007년 곤살로 이과인이 리버 플레이트에서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로 옮겨갈 땐 바라 브라바스 내부에서 갈등이 불거져 총격 사망 사고가 빚어졌다.
아르헨티나에선 1924년 이후 축구 관련 폭력으로 257명이 사망했는데, 그 중 상당수가 바라 브라바스와 관련이 있다. 바라 브라바스를 소개한 미국 뉴욕타임스는 27일자(한국시간) 기사에선 이들을 ‘미니 마피아’라고 칭했다.
아르헨티나 젊은이들 사이엔 바라 브라바스를 추종하는 분위기도 있다. 보카 주니어스 같은 명문 클럽의 바라 브라바스 지부 우두머리는 조폭 두목처럼 철없은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고 있다. 마치 축구 스타처럼 환호의 대상이 되고, 심지어 이들의 사인을 받는 추종세력도 있다. 빈민가 청년들은 그들처럼 되고 싶어 한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아르헨티나에선 ‘Let's Save Football'이라는 비정부 단체가 생겼다. 단체의 회장 모니카 니자르도는 아르헨티나 축구 협회가 바라 브라바스의 폭력을 근절하는 데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니자르도는 “축구장은 안전하지않다. 더 이상 가족들이 축구장을 찾지 않는 이유다”라고 꼬집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벨레스 사르스필드에서 뛰고 있는 김귀현(21)은 "훌리건들이 조직적으로 다닌다. 경기장 분위기가 살벌해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려오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