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및 신인왕 시상식은 선수들에게 가장 영광스럽고 뜻깊은 자리다. 시상식의 주인공도, 상을 받지 못한 조연도 청룡영화제나 대종상 시상식에 나온 배우나 할리우드 스타처럼 한껏 멋을 낸다.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1 프로야구 시상식에 참가한 MVP 후보 4명의 패션과 사연을 들어봤다.
◇윤석민(25·KIA)-MVP, 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승률 1위
MVP를 받은 윤석민은 옷을 맵시 입게 입은 댄디보이였다. MVP 후보 4명 중 가장 어린 선수답게 발랄하고 화사했다. 회색 체크 무늬 정장에 뾰족한 회색 구두를 신은 윤석민은 세련되고 깔끔한 도시 남자 같았다.
흰색 와이셔츠와 은색 체크무늬 넥타이가 상·하의 및 구두와 잘 어울렸다. 그리 튀지도, 그렇다고 심심하지도 않았다. 포인트는 벨트였다. 밝고 얇은 갈색 벨트로 자칫 칙칙해질 수 있는 느낌을 지웠다.
윤석민은 "내가 정한 건 하나도 없다. 협찬해주시는 분과 코디네이터에게 다 맡겼다. 그 분들이 오늘 패션을 완성해줬다"며 웃었다. 왼쪽 귀에 박힌 검정 귀고리만 윤석민이 애용하던 것이었다. 윤석민의 이날 패션 감각은 MVP를 받아 더욱 눈길을 끌었다.
◇오승환(29·삼성)-세이브 1위
그라운드에선 돌부처, 그러나 시상식장에선 터프가이였다. 오승환은 검정에 가까운 쥐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갈색 구두를 신었다. 탄탄한 몸매의 20~30대 회사원으로 봐도 무리가 없었다.
하이라이트는 노타이였다. 단추를 하나 풀어 굵직한 목과 두꺼운 상체를 도드라지게 하면서 강한 야성미를 느끼게 했다. 오승환이 이같은 스타일을 택한 사연이 재미 있다.
오승환은 "너무 바빠서 신경을 못 썼다. MVP를 탈 것 같았으면 더 신경을 쓰고 넥타이도 하고 왔을 것이다. 집에 있는 옷을 골라입고 왔다"고 말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오승환의 매무새는 깔끔했고, 큰 무리가 없었다.
◇최형우(28·삼성)-홈런 타점 장타율 1위
최형우는 오승환과 달리 멋을 낸 티가 났다. 눈에 띌 정도로 파격적이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신경을 쓴 것처럼 보였다. 최형우는 "시상식을 앞두고 동네 근처에서 옷을 맞췄다"고 귀띔했다.
최형우의 정장은 오승환과 비슷한 색깔이었다. 역시 노타이였다. 대신 옅은 푸른색 계통의 와이셔츠로 오승환과 다른 느낌을 줬다. 최형우는 얼굴이 햇볕에 그을린 편이어서 청색 계열의 와이셔츠가 잘 어울렸다.
최형우는 2008년 신인왕 시상식 때 베이지색 정장과 검정 뿔테 안경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3년이 지난 이날은 MVP 후보에 걸맞게 튀지 않으면서도 무게감 있는 스타일을 뽐냈다.
◇이대호(29·롯데)-타율 안타 출루율 1위
이대호는 시상식 패션 코디를 부인 신혜정씨에게 맡겼다. 그는 "내가 옷을 잘 알겠나. 모두 와이프가 골라준 것을 입고 왔다"며 미소지었다. 이대호는 반짝이는 소재의 검은색 양복과 하얀 셔츠를 입었다. 반짝반짝 광이 나는 클래식한 스타일의 구두도 눈에 띄었다. 곧 아기 아빠가 되는 만큼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
어두운 컬러는 날씬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다. 밋밋함을 피하기 위해 검은 바탕에 은사가 섞인 넥타이로 포인트를 줬다. 이대호는 기성복 중에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기 쉽지 않다.
키 194㎝·몸무게 130㎏의 큰 덩치를 자랑하기 때문. 그러나 상을 받기 위해 시상대로 올라간 그의 모습은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았다. 부인의 '코디 센스'가 빛났다. 이대호는 최근 머리카락을 갈색으로 염색했고, 굵게 파마도 했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이유다.
1992년 12월 1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 당시에는 무채색 정장이 `시상식 참가 복장`이었다. 흰색 바탕에 검은 점을 수놓은 자켓을 입은 이순철 현 KIA 수석코치(앞줄 왼쪽 두 번째)와 밝은 갈색 정장을 입은 박정태 현 롯데 1군 타격코치(앞줄 왼쪽 세 번째)가 그나마 `튀는 의상`을 선보였다. 시상식 참가자들은 밝은 색 넥타이로 포인트를 줬다. 지금은 유행이 된 `나비 넥타이`는 찾아볼 수 없다.사진 출처=한국프로야구 20년사
1992년 12월 1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 당시에는 무채색 정장이 `시상식 참가 복장`이었다. 흰색 바탕에 검은 점을 수놓은 자켓을 입은 이순철 현 KIA 수석코치(앞줄 왼쪽 두 번째)와 밝은 갈색 정장을 입은 박정태 현 롯데 1군 타격코치(앞줄 왼쪽 세 번째)가 그나마 `튀는 의상`을 선보였다. 시상식 참가자들은 밝은 색 넥타이로 포인트를 줬다. 지금은 유행이 된 `나비 넥타이`는 찾아볼 수 없다.사진 출처=한국프로야구 20년사